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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전경들 “경찰 간부들이 시민을 폭도로 보는 게 문제”

강산21 2008. 6. 10. 13:40
진압 전경들 “경찰 간부들이 시민을 폭도로 보는 게 문제”
서울신문 보도...전 ·의경들의 생생한 목소리 전해
입력 :2008-06-10 10:04:00   김동성 기자
촛불집회장에서 경찰이 폭력을 유도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심지어는 정체불명의 인물(일명 '프락치')들이 교묘하게 폭력을 행사하고는 빠져 촛불집회를 강경진압으로 몰고간다는 의심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강경진압을 유도하는 것은 경찰의 간부진이며, 실제 현장의 전경이나 의경들은 오히려 촛불집회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신문 인터넷판은 10일 "현재 경찰 고위 간부들 과거 대학생들 데모할 때 진압 잘해서 승진한 이들이 많다"면서 "진압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시위대를 시민이 아닌 '폭도'와 '적'으로보고 촛불행진에 나선 시민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현장 전경들과 의경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7∼8일 촛불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강제진압했던 전·의경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하고 이들은 대체적으로 촛불집회를 심정적으로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A기동대 최모 상경은 "쇠고기 협상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제복만 입지 않았다면 촛불대열에 동참했을 것"이라고 했고,B경찰서 방범순찰대 박모 상경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위험한 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어서 공감한다"고 했다.

전·의경들은 또한 강경진압은 자기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동원된 C경찰서 방범순찰대 조모 일경은 "우리는 현장 상황을 모른다. 위에서 지시하니까 진압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D기동대 문모 일경은 "저지선이 뚫리면 부대 복귀 후 '깨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막는다"고 했다.

이들은 군홧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짓밟은 전경에 대한 사법처리는 부당하다며 강경진압을 지시한 윗사람들을 경질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B경찰서 박모 상경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경은 명령을 수행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전경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또 이들이 인간적인 고뇌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C경찰서 조모 일경은 "현재 전·의경 인력이 충분치 않아 교대 근무를 못 한다. 연일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진압명령과 육체적 피로에 따른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호소했다.A기동대 최모 상경은 "우리도 사람이다. 과격하게 나오는 시민들과 대치하면 무섭고 떨린다. 법질서 내에서 시위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