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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문으로 나라 힘든데 MB 측근들은 파워게임 추태”

강산21 2008. 6. 9. 08:51

“쇠고기 파문으로 나라 힘든데 MB 측근들은 파워게임 추태”

기사입력 2008-06-09 02:08 |최종수정2008-06-09 03:04 


[중앙일보 남궁욱.김경빈] 여권 내 권력투쟁이 또다시 단면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국정 혼란의 책임을 놓고 전혀 다른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갈등을 수면 아래에서 끌어올린 쪽은 정 의원이었다. 그는 7일 발행된 한 주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인사들이 국정 수행에 집중한 게 아니라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대(정치)에서 전리품은 인사(人事)(권)”라며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이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의원은 “청와대의 A는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원군을 쫓아낸 민비(명성황후) 같은 존재다” “B는 이간질시키기의 명수” “청와대 세 사람은 의원 D와 관계가 있다” 등 이들 인사에 대해 '품평'도 했다. 그러면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이 된 책임이 이들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A와 B가 합작해 (문제 있는 사람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친이명박계 내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일부 의원들은 즉각 “'청와대의 세 명'은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이고, '국회의원 한 명'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 비서관이 반박에 나섰다. 8일 발행된 중앙SUNDAY는 “박 비서관이 정 의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장·차관의 중요성은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직접) 주의 깊게 인선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SUNDAY에 따르면 박 비서관은 “정 의원이 '강부자 내각'을 내 책임으로 돌리면서 (사임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거론한 것은 비열한 짓”이라고도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한 주간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만나'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꺼야. 잉~'이라고 말한 사람을 고위직에 임명한 것도 B비서관”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과 박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 온 '핵심 MB맨'들이다. 하지만 대선이 승리로 끝나고 초대 내각을 구성하는 인선작업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정 의원은 “정두언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속도로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졌다. 반면 이상득 의원의 11년 보좌관 출신인 박 비서관은 조각 실무를 맡으면서 결국 '실세 비서관'으로 청와대에까지 입성했다.

이때부터 정 의원이 청와대의 정무나 인사 기능의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박 비서관이 그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와 동시에 “사실 정 의원은 박 비서관 뒤에 있는 이상득 의원 등 진영 내 원로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정 의원은 지난 4·9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후보 55인 회동'을 이끌기도 했다.

여권 내 반응은 싸늘하다. 한 의원은 “국민이 보기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정권이 부리는 볼썽 사나운 추태'로밖에 안 보일 것”이라며 “이렇게 파워게임을 벌여 이긴다고 해도 정권이 실패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