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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진, 노무현 정부에 비해 OOO이 없다

강산21 2008. 6. 10. 11:58

청와대 비서진, 노무현 정부에 비해 OOO이 없다

기사입력 2008-06-10 03:12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은 상당수가 386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회 경험이 일천한 운동권 출신이어서 ‘아마츄어’라는 손가락질을 받곤 했다. 더구나 같은 편이 아니고서는 권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폐쇄적 인적 구성 탓에 참여정부의 정책이 편협하게 흘러가는 데 일조했다. 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많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은 지난 정부와 컬러가 확연히 다르다. 인적 구성면에서 정치인 대학교수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 등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한 명 한 명을 비교해 보면 분명 지난 정부에 비해 자질도 우위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현 정부 비서진을 두고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이전 정부에 비해 더욱 강도가 높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비서진의 핵심적 요소들이 결여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체감 결여 참여정부 참모진은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을 같이해 온 동지였다. 그래서 폐단도 많았다. 한 번은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한 비서관이 ‘형’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다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동류의식이 깔려 있기에 참모들 간의 팀 플레이는 원할했다. 부서 간 업무의 공조체제가 유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현 정부 참모진은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 우파(右派)라는 동질감은 있어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두가 한 몸이라는 일체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팀 플레이가 어렵다. 정무라인이 비판받을 때 민정라인이 거들거나 민정라인이 곤란할 때 홍보라인이 엄호하는 협조체제는 없었다. 비서관이 수석을 외면하는 하극상이나 비서진 간 서로를 깎아 내리는 신경전만 계속됐다. 모래알 비서진이다.

충성도 부족 참여정부 비서진은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이 분명했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같이 실패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을 비서진이 에워싸면서 지키려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노 전 대통령에 비판적 언론에 대해 비서진이 일제히 대응체제를 갖췄던 모습도 한 예다.

현 정부 참모진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대신해 희생양이 되겠다고 자청할 비서진이 있을까. 아무리 봐도 회의적이다. 서로가 대선이란 목표 아래 필요에 의해 만나다 보니 대통령과 비서진이 공동으로 투자한 사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 보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향후 진로를 더욱 걱정하는 모습이 지금 비서진의 현주소다.

책임감 희박 노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상호 공유하는 비전이 확고했다. 이념적으로 진보를 지향하다 보니 정책 방향이 뚜렷했다. 그 방향이 현실 정치와 맞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지만 어쨌든 대통령과 참모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모들이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다.

현 정부는 대통령 1인 체제로 운영되는 경향이 짙다. 워낙 많은 현안에 직접 뛰어들어 해법을 제시하고 방향을 정하다 보니 참모들의 역할 공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동의 실내 인테리어 상황까지 대통령이 챙긴다. 때문에 참모들의 업무영역 한계가 불분명해졌다. 결국 소극적 자세로 업무에 임하게 됐다. 이렇듯 비서관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다 보니 모든 현안이 중간의 완충지점 없이 직접 대통령과 맞닥뜨리게 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가 위기를 겪고 있는 주요인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