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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실패·끓는 민심에도… ‘내사람 심기’ 강행

강산21 2008. 6. 8. 18:45
국정실패·끓는 민심에도… ‘내사람 심기’ 강행
입력: 2008년 06월 06일 18:09:24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의 와중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국책연구기관, 방송계 등 전방위에 ‘MB맨’들이 내정되고 있다. 작금의 국정 위기가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실패에서 시작됐고, 인적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비등함에도 아랑곳없이 ‘나대로 인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소영 청와대’ ‘강부자 내각’으로 대변됐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의 인사 실정이 반성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경고와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제53주년 현충일 추념식 행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상념에 잠겨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명무실 공모제=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기업 임원은 철저히 전문직을 공모해 뽑아야 한다”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최근 “(인사청탁은) 예외없이 탈락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낙하산 인사 우려와 관련,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배제하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모 절차 등을 밟고는 있지만 특정 후보를 둘러싸고 ‘청와대 낙점설’이 불거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지어 여권 핵심부의 의중과 배치되면 공모 절차를 백지화시키는 사례도 나온다. 최근 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서 사장추천위가 정부 측이 지원한 후보를 떨어뜨린 채 다른 인사를 추천하자 아예 재공모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무늬만 공모일 뿐 청와대 뜻대로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몇몇 여권 핵심인사 손에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에서 총괄 지휘는 류우익 비서실장이, 실무는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전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과 한나라당 출신의 박재완 정무수석도 인사 민원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인사는 공모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마무리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주택공사나 토지공사의 경우 공모 초기 단계부터 내정자가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 잔치=정실이 크게 좌우되다 보니 핵심 요직엔 이 대통령 측 주변 인물들 일색이다. 코레일 사장에 내정된 강경호 전 서울지하철 공사 사장, 토지공사 사장에 유력한 이종상 전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공히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의 측근들이다. 소위 ‘S(서울시)라인’이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로 4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공언과 달리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인사들도 주요 자리에 내정되고 있다. 통일교육원장에 내정된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유력시되는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등이 그 경우다.

정권 출범초 도덕성 검증이나 국민적 눈높이를 무시하고 ‘내식구 챙기기’ 식으로 인사를 행한 오류를 공기업·공공기관 인사에서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공기업 인사가 실패할 경우 그 후유증은 출범 초기 인사 후유증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청와대의 인적쇄신이 절실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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