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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세 '하루 14만원' 괴담, 어디까지 진실?

강산21 2008. 5. 29. 16:46

수도세 '하루 14만원' 괴담, 어디까지 진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

등록일: 2008-05-27 오후 7:45:54

“물 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다.”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다. 최근 환경부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 핵심 산업 전략으로서 ‘금융’ 성장 엔진론을 넘어 이제 물산업 성장 동력론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민영화’가 깔려 있다. 오는 5월 22일 환경부가 상수도사업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물산업지원법’을 입법 예고하려는 것도 민영화 정책의 연장선인 것이다.

물 사용비 하루 14만원?

환경부까지 나서서 해명을 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된 이른바 ‘수돗물 괴담(?)’이 최근 화제가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산수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하루에 한 사람이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이 285리터란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는 데 사용하는 물의 양을 모두 합산한 양이다. 현재 수도 요금이 1톤당 577.3원이니까 이 물을 수돗물로 사용하면 현재는 약 170원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을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1리터 당 약 500원)로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들어갈까.

정답은 약 14만 원이다. 상수도가 민영화되면 수돗물 값이 생수 값과 맞먹는 수준으로 폭등할 것이고 결국 하루 14만 원이라는 엄청난 물 값을 내야 하는 때가 올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상당히 과장된 산수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민영화, 정확히 표현하면 ‘사유화’는 비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부문의 민영화 논리는 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수도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민영화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질 좋은 수돗물 공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적으로 소유되고 운영될 때보다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비용이다.

민영화하면 서비스가 나아진다? 그러나 비용대가는 반드시 뒤따른다

어떤 서비스든 그것이 사적 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제공되면 당연히 ‘서비스 제일주의 원칙’이 아닌 ‘수익실현 원칙’이 적용되기 마련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도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며, 따라서 향상되는 서비스 수준만큼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요구하게 된다.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서 고급 서비스를 받을 의향이 있는 일부 상위 계층에게는 이전에 비해 훨씬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을 포함해 대개의 경우는 별다른 서비스의 향상 없이 그저 훨씬 높아진 비용만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한발 더 나아가 이른바 수익성(?)이 없는 지방이나 농촌은 아예 서비스 자체를 받을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실제로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정부는 “2005년 11조 원 정도인 국내 물 산업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2007년 7월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 1월 ‘물산업지원법’ 안을 제정하고 최근 수정을 거쳐 5월 22일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계획 개요


● 현재 약 11조 원(2005년) 규모인 물 산업을 2015년까지 그 두 배인 20조 원 규모로 육성하고, 세계 10위권 기업 2개소를 육성

● 서비스업 구조 개편 추진(광역화 및 공사화 또는 민영화), 시설투자 및 제도개선, 기술력 등 경쟁력 제고, 해외시장 진출, 연관 산업 육성

● 물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이며, 상하수도는 공공서비스가 아닌 산업적 서비스로 규정

● 상하수도 공급의 주체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아닌 전문 기업이며, 향후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관리 및 감독기능에 한정

● 물 산업 육성 제도화를 위해 물산업지원법 제정


* 출처 : 물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물산업지원법 비판 정책워크샵”, 2008.1



민간위탁경영 확대를 발판으로 기업화 거쳐 결국은 외국기업에게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물산업지원법’은 9조 1항에서 “지방 자체단체는 상하수도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 지방 공기업법 3장과 4장의 규정에 따라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어 4장에서는 “단독 또는 연합으로 지방자체단체 외의 자(외국인 및 외국 법인을 포함한다)와 공동 출자해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도 사업의 민간위탁경영 -> 주식회사법인 설립과 운영(기업화) -> 물 사업에 외국인 참여 허용 등의 경로를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물은 ‘필수재’이면서 ‘무한재’였다. 거의 비용 없이 주위에서 무한히 가져다 쓸 수 있었다는 말이다. 당연히 물을 가지고 돈을 벌수 없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고,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물은 무한재가 아니라 ‘값 비싼 유한재’로 변해갔다. 식용 생수가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이를 상품화하여 수익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은 이제 대단히 유력한 수익실현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비즈니스 대상이 된 물을 정부가 여전히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주주자본주의가 반길 리 없다.

물, 전기, 가스는 수익실현 대상이 아니라 엄연한 ‘공공재’

그런데 물은 ‘공공재’이기도 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빠짐없이 향유해야 하고 골고루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서비스 대상이라는 것이다. 재산의 유무나 학력의 유무, 거주지의 차이에 관계없이 물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평하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떠한 대한민국 국민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학력이 낮거나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 산업이 민영화, 사유화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급되는 물의 안정성이 높아지거나 물의 중간 유실률이 줄어드는 등 서비스가 좋아지는 지역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당연히 그만큼의 비용이 더 지불되어야 한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수돗물이라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며, 그 순간 물은 더 이상 평등한 접근권과 사용권이 보장된 공공재가 아니다.

정부는 5월말부터 6월까지 물산업지원법 제정을 포함해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와 함께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을 입법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항하여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6월부터 민영화 저지를 포함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쇠고기 수입 개방에 이어 민영화를 두고 정부와 국민의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물도 민영화되고 한전과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월급 받아서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내고 병원 한 번 가면 월급이 다 없어질 수도 있겠다.”

어느 네티즌의 말이다. 과연 이를 근거 없는 선동으로 몰아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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