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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키운 김영수 남대문서장의 빗나간 용기

강산21 2008. 5. 29. 16:43

화 키운 김영수 남대문서장의 빗나간 용기

“집에 보내준다고 해놓고 왜 잡아가요” 속았다며 절규, 분노

김태일, info@humanpos.kr

등록일: 2008-05-28 오후 10:33:04





27일 밤 11시 50분경 한 장소에서 100여명의 시민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 사건의 발단

27일 20번째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청계광장을 출발한 시민들은 명동과 을지로 등을 돌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을지로 2가에서 경찰이 막아서자 충돌을 피하기 위해 명동성당 쪽으로 돌아서 명동 일대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동에서 나오는 모든 길을 경찰이 봉쇄하자 밤 11시 10분경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내일(28일) 청계광장에서 다시 만나자며 자진해산 했다.

그러나 2~300여 명의 시민들은 청계광장에 가서 정리 집회를 가지고 해산하자며 행진을 시작했고 한국은행과 남대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진출했다. 서울시청 광장에 집결해 있던 경찰은 일제히 달려 나와 시위대를 막아섰고 서울시청 맞은 편 서울프라자호텔 정문 앞 인도로 시위대를 몰아붙였다.

인도에서 경찰에게 에워 쌓인 100여 명의 시위대는 경찰 측과 협의를 통해 청계광장까지 인도를 이동해서 해산하겠다는 것을 합의했고 경찰은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건은 1~2분 뒤 서울시청 앞 잔디밭 위에서 벌어졌다.

청계광장으로 가기 위해 서울프라자호텔 앞 횡단보도를 건너 서울광장을 지나려는 시민들을 경찰이 달려들어 에워싸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시민들은 한 순간에 포위되었고 경찰은 2중 3중으로 겹겹이 포위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 듯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경찰에 속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이 검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서장은 "기자들은 나오라. 계속 남아있을 경우 장비손실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며 확성기를 통해 거듭 기자들은 나오라고 외쳤다. 그 순간 시민들은 절망하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김 서장은 1차로 기자들이 빠져나온 뒤 일부 기자들이 남아 있자 다시 확성기를 들고 “자 기자 분들 나오십쇼. 지금 경찰이 검거를 하려고 합니다. 민중의 소리, 한겨레 신문기자, OBS 기자는 나오세요" 라며 기자들이 나와 줄 것을 재촉했다.

김 서장은 이어서 "여러분들은 불법 집회를 했다, 사전에 해산하라고 말했는데 전혀 말을 듣지 않고 불법 집회를 했다"며 연행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포위된 시민들은 이대로 충돌하는 것 보다 당당하게 경찰차에 오르겠다는 뜻을 밝혔고 잠시 뒤 15명 단위로 나뉘어서 경찰차에 올랐다.

◆ 김영수 서장은 보고를 잘못 받은 것인가...아니면 빗나간 실적주의 용기인가

지난 한 달여 가까이 진행된 촛불문화제와 네 번째 거리시위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처음 겪는 시민들은 울분과 분노를 쏟아냈다.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시민을, 그것도 광장 잔디밭 위에서 100여 명의 시민을 검거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서장이 잘못된 보고를 받았는지 아니면 빗나간 실적주의 용기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경찰은 시민을 속인 꼴이 되었고 100여 명을 한꺼번에 연행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28일 오전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경찰청을 항의방문하고 기자회견을 했으며 오후 7시에 열린 21차 촛불문화제에 전날보다 2배가 넘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정부와 경찰이 무원칙하면서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연행하는 것에 항의했다.

결국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의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의 저항을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킨 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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