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카드

[스크랩] 형벌에 대한 세 가지 입장

강산21 2008. 5. 12. 18:58

형벌에 대한 세 가지 입장


죄를 저지른 사람을 왜 처벌하는가, 얼마나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는 죄를 저지른 자는 당연히 그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고전적인 시각이다. 처벌의 정도도 저지른 죄와 같은 정도여야 한다고 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죄인을 벌하는 것은 정의의 명령이고 형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형법학에서 흔히 '응보형주의' 또는 '절대형주의'라고 하는데 '사형이 선고된 죄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집행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입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고전주의에 대응하는 입장을 '상대형주의'라고 하는데 형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능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일반예방주의라는 것이 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장래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일벌백계', '시범케이스'라는 말은 형벌의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불법 금융피라미드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서민들의 고형을 짜낼 때 검거된 범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들로 하여금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된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형법의 본질에 관한 또 하나의 입장은 특별예방주의라는 학설이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화해서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본다. 범죄의 결과보다는 범죄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교화의 정도에 따라 형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기에는 세 가지 입장 중에서 특별예방주의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처벌보다 교화를 중시하고 범죄자 개인의 재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이고 신축적으로 형벌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벌을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t회의 현실을 무시한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이다. 우선 첫째로 형벌이 범죄자를 '교화'해서 다시는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실증적인 자료가 없다. 한번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교도소를 다녀와서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직업적 범죄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한 때 알카트라즈를 비롯하여 엄중한 구금시설이 유행했던 것은 어떤 사람들은 도저히 교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감금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특별예방주의의 또 다른 약점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형벌에 대한 사람들의 전통적 사고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예방주의를 극단으로 밀고나가면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사람을 처벌할 근거를 찾기 어려워진다. 뇌물을 받은 것이 발각된 공무원의 직위를 박탈하고 다시는 공무원으로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면, 그는 다시는 뇌물죄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물을 받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을 수는 없다. 죄를 저지르면 그에 걸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형벌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고이다.


그러므로 형벌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입장을 모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고전주의적 사고를 바탕에 깔고 범죄자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형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형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디케의 눈> 금태섭, 궁리, 2008, 106-109

출처 : 광명한길교회
글쓴이 : 선한이웃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