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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웃음을 죽인다

강산21 2008. 5. 12. 10:41

종교는 웃음을 죽인다
 
웃음이 주는 신체적, 심리적 이점을 생각한다면 삶의 재미있는 측면을 놓치는 사람과 놓치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있는 것도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심리학자 바실리스 사로글로(vassilis saroglou)가 수행한 연구다. 그는 웃음과 종교적 근본주의의 관련성을 탐구했다.

 

사로글로는 종교적 근본주의는 유머와 양립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머를 즐기기 위해서는 장난을 좋아하고, 모순을 받아들이며('탱크 속에 든 두 마리 물고기......'),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머는 권위에 도전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웃음은 자기통제와 자기규제를 상실하게 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상충되는 것이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농담보다는 진지함, 불확실성보다는 확실성, 무의미보다는 의미, 충동보다는 자기규제, 혼란보다는 권위, 유연성보다는 엄격성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 사로글로의 주장이다. 사로글로는 다양한 종교적 문헌을 인용함으로써 유머와 종교 사이에는 깊은 불신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왜 그리스도는 "이제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이요"(누가복음 6:21)라고만 하지 않고,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여 울리로다"(누가복음 6:25)라는 말을 덧붙였을까?
 
마찬가지로 어느 수도원 규칙을 살펴보면 아이들과 어울리는 성직자에 대한 처벌이 규정되어 있다.
 
만일 우리 형제가 아이들과 웃고 떠든다면...... 세 차례의 경고를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가 행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가장 엄중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의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사로글로는 꽤 특이한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이 얼마나 근본주의자인지 측정하기 위해 설문지를 작성했다. 특정 가르침에 근본적 진리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런 진리는 역사적 관행에 따라 계속 신봉되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설문지에 들어 있었다. 이렇게 설문지를 작성한 실험 참가자들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좌절감을 묘사한 24장의 사진을 보고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적었다. 예를 들어, 한 장의 사진에는 한 사람이 넘어져 있고 다른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서 있는 사람이 넘어진 사람에게 묻는다. "괜찮아?" 이에 대해 실험 참가자들은 "응 괜찮아"라는 답을 적을 수도 있고 "몰라. 그래도 입이 돌아가지는 않았어"라는 답을 적을 수도 있다."

 

사로글로는 자신의 예측과 일치되게 종교적 근본주의와 유머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근본주의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진지한 답을 적었던 것이다.

 

두 요인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대개 그렇듯이, 사로글로의 연구에서도 원인과 결과를 분리하여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빈약한 유머감각 때문에 근본주의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사로글로가 가정하듯이, 근본주의자가 되면서 인생의 재미있는 면을 볼 수 없게 된 것일지도. 이런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 옳은지 밝혀내기 위해 사로글로는 두 번째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두 집단에게 상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집단은 프랑스 코미디를 보았고 두 번째 집단은 루르드 순례여행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영화 <몬트리올 예수>의 일부장면, 그리고 영적 가치에 대한 언론인과 수사의 토론 등을 보았다. 세번째 집단은 아무 비디오 테이프도 보지 않았다. 그 다음 참가자들에게 전처럼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 속 상황에 처한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코미디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아무 비디오도 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 배나 많이 생각해냈다. 반면 종교적 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아무 비디오도 보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재미있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이 실험을 통해 사로글로는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다. 종교에 노출되는 경우 일상적인 좌절감에 유머로 대처하는 성향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밝혀진 셈이다.

 

유머와 종교적 근본주의 사이의 관련성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우리 사이트에 신성(神聖)과 관련된 다양한 농담을 올렸다. 그런 농담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격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난파선 생존자가 어느 섬에 떠밀려 올라갔다. 한 무리의 전사들에게 포위 당한 그는 절망하여 울부짖는다. "이제 다 틀렸어"
그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직은 아니야. 정신 차리고 시키는대로 하거라. 창을 들고 저놈들의 대장을 찔러."
남자는 시키는대로 하고는 하늘을 향해 묻는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자 그 목소리가 대답한다. "이제 넌 끝이야."

 

<괴짜심리학> 리처드 와이즈먼, 웅진지식하우스, 2008, 226-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