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따뜻한시선

감동하고 싶다

강산21 2005. 3. 9. 17:04

감동하고 싶다

오늘의 청년들에게 가장 갖고 싶은 것을 고르라면 그들은 '감동'이라 말한다. '감동'하고픈 마음이 절실하지만그만큼 감동적인 그 어떤 것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감동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닌데, 그래서 감동을못 느낄 이유가 없는데도 감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6월 그 월드컵의 감동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고 그래서 엉뚱한 사람을 나라의 지도자로 지목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감동도 자주 해본 사람이 그것을 누릴줄 아는모양이다. 워낙 팍팍한 삶을 살다보니 작은 일에도 느낄 수 있는 그 감동을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생애 처음으로 감동적인 현장의주인공이 되고보니 앞 뒤 분간을 못하는 것이다. 참 우스운 일이지만 대선을 한달 앞둔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한 코메디가 진행되고있다.


워낙 소프트한 책이 많이 나오는 시절이다 보니 전통적인 틀대로 내는 시집은 안팔리고 달콤하고 인용하기 좋은 내용이 담긴시집은 많이 팔린다고 한다. 그래도 난 그 책들을 보면서 감동한다. 또한 따뜻한 이야기를 모은 책들이 유행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있는데 나도 가슴이 우는 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부드러운 책들에서만 감동을 얻는 것은 아니다.

 

아주 딱딱하고외면받기 십상인 그런 정치적인 책들을 보면서도 감동하고 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한국의 정치정서를 꼬집은정치평론서에서도 감동을 받고, 돈키호테같은 삶이라 비아냥을 받는 어떤 이를 나타낸 책에서도 감동을 받는다.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인터넷사이트를 보면서 매일 감동받는다. 누군가를 위해서, 그리고 무언가 옳은 일을 위해서 자신을 모두 내던지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는매일 나를 울리고도 남는다.


 

우리 민족이 신바람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는데 정녕 그 말은 옳다. 그 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신바람을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코드가 맞는 것만 제시되면 언제든 대~한민국을 외치며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우리 민족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에게 있는 신바람과 감동의 여지를 빼앗으려 하는 세력이 상존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가끔 절망적인 기분이되고 만다.


북돋아 주지는 못할망정 왜 있는 신바람마저 빼앗아 가려 하는걸까. 그것이 혹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에 배치되기때문은 아닌지 반문해 보게 된다. 지금껏 무리없이 살던 흐름 그대로가 좋은데 아래로부터 바꿔내려는 의지의 저항이 강하자 못견디는 세력이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그런 세력이 있긴 하다. 때때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에 넘어가고 마는 우매한 민중이 있기에그들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그 의도를 꿰뚫는 이들이 먼저 나서서 아니라고 외치고 나머지는 맞장구치며 따라가면좋은 세상이 열리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제 그 기대는 기대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어 우리 눈 앞에 나타나려 준비하고 있다.그것을 볼 수 있는 특권은 노력하는 자들에게만 돌아오는 것이지만 말이다.

200211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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