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이해찬 “참여정부, 단 한명의 정경유착도 없다”

강산21 2006. 11. 12. 13:20
이해찬 “참여정부, 단 한명의 정경유착도 없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11-12 13:03]    
▲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참정연 워크숍 특강에서 “참여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정경유착의 근절”이라고 평가했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선애 기자 
“참여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정경유착을 완전히 끊은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1일 대전 한국토지공사 연수원에서 열린 참여정치실천연대(이하 참정연) 회원워크숍 특별강연에서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참여정부에서는 단 한명도 정경유착의 악순환에 빠져든 사람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 사회의 정책 왜곡이나 지역갈등, 시장질서가 교란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정경유착에 있었다”며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틀은 정경유착 없는 민주정부인데, 역대 정권에서는 그것을 끊지 못해 다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워크숍은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을 맞아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고 지난 8월 새롭게 출발한 2기 참정연의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이 전 총리는 “대통령 정무특보의 입장에서 정치현안에 대한 부분은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경제, 외교·안보 분야를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진단하며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안정된 시스템을 가졌으며,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닦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공직사회가 투명해 진 것을 꼽으며 이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때도 얼마나 큰 비자금을 조성했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에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을 넘겨준 것도 기업에게서 받은 것 아닌가”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 때에도 부분적으로 그런 부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누구도 정경유착의 악순환에 빠져든 사람은 없다”며 “대선 때 선거자금을 관리하지 못해 일부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집권 이후 권력을 이용한 정경유착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향후 국가 발전에 엄청난 밑거름이 되는데, 다른 것에 가려져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며 “남은 1년 여 동안 더 잘 관리하면 어느 정부도 내세울 수 없는 업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국무총리 재임시절 결정된 국책사업을 언급하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문제나, 공공기관 이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건설 등 예전 같으면 오해받을 소지 있는 각종 사업에 있어 참여정부가 의혹을 받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결정과정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가 없어졌으며, 공직사회 의식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무총장 배출은 외교정책 성공 압축 보여준 것”

이 전 총리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가장 큰 성과로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꼽으며 외교정책의 성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단 한 나라의 반대도 없이 반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 없던 일”이라며 “반 총장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된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 역시 유엔 상임·비상임 이사국에 여러 차례 특사로 나가 그들을 설득했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하고 민주화 사회를 했던 것을 들어 유엔개혁을 이루겠다고 했다. 어떤 나라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참여정부가 외교정책에 실패했다고 평가하지만, 지금처럼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사무총장을 만든 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서 북핵문제를 들어 남북관계는 물론 외교정책에서도 실패했다고 맹공을 펼치는 것을 지적하며 “1991년부터 시작한 북핵문제에 있어 역대 정부에서는 북-미간의 문제로 손을 놓고 있었지만, 참여정부에서는 6자회담이라는 틀 안에서 해결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나 역시 여러 차례 특사로 중국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장관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했다”며 “북핵사태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것은 외교·안보 분야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우리당 홍보 못해 혹평 받아”

경제분야로 주제를 옮기며 이 전 총리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성과가 있는데, 홍보를 잘 하지 못해서 혹평을 받는다. 그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나는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이라 홍보를 하지 못하지만 우리 정부 역시 홍보에는 미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성과는 다음 정부에서 나타나는데, 현실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내년 대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후 “공적자금은 20조원 정도 더 회수될 수 있고, 부동산 정책도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한 후 “단순히 현상적인 평가에 급급하지 말고 기조를 유지하며 꾸준히 진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참여정부 들어서 남북문제나 민주적인 제도, 지역·계층간 갈등, 경제성장 동력 등을 균형있게 끌어가는데 성과 있었다. 역대 정권을 통해 보면 가장 안정된 시스템을 가진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부나 당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안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며 “내년 대선을 거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국가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도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용광로 없는 철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세계적인 것”이라며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나 국민 의식수준은 그 어느나라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그 성과로 영화·음식·패선·영상 등 문화산업의 발전을 꼽으며 이 전 총리는 “민주화의 혜택은 그런 부분에서 나온다. 대통령을 과도하게 패러디해도 우리는 자정기능을 믿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는다. 옛날 같으면 대통령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4~5년이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 올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맞을 것이냐, 다른 사람이 맞을 것이냐는 우리의 역량”이라며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엔 이긴다”고 말했다.


“역사과제 소홀이 하면 국회의원 오래 못한다”

정치현안 언급 피하면서도 과거로 회귀에 따끔한 비판

▲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자료사진)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참정연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이 이해찬 전 총리의 강연에 대해 기대했던 것은 대통령 정무특보로서 현재 열린우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에 대한 이 전 총리의 의견,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실려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행사가 ‘폐업위로식’처럼 연출되는 등 우리당 지도부가 문을 닫을 날만 기다리는 상황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 참정연 회원을 비롯한 당원들의 반발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창당멤버이며, 현역 의원으로서 정치적인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치적인 얘기는 언제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맥락이 달라진다. 성실하게 답변하면 한 시간 강연은 모두 사라지고, 그 부분만 기사화 돼서 전달될 것”이라며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그런 것을 잘못해서 인기가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대통령 정무특보로서의 민감한 그의 위치를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정치적인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전 총리는 강연 내내 정계개편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 대표적인 언급이 강의 말미에 담은 “정치인이 자기 입지를 생각해서 역사과제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 최근 열린우리당이 ‘도로 민주당’과 다르지 않은 민주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는 것이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이 내년 대선보다 2008년 총선을 엄두에 둔 것이라는데 대해 비판의 화살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1988년부터 10여차례의 선거를 치러봤다. 총선 다섯번과 대선 3번, 서울시장 선거 2번을 거치면서 보면,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긴다”며 “364일 열심히 하고 하루 안하면 진다. 그런 경우가 많다. 그 분들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고 민주사회를 만들며 계층간 갈등을 극복하고 품격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역사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며 “역사과제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원 오래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나도 그런 소명의식 있으니 오래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나라는 봉건사회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식민통치로 넘어왔지만, 정치·문화적으로 대단히 빠른 발전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사례”라며 “우리 국민은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당이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대전 = 김선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