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기간당원제 보루 참정연, 오픈프라이머리 고민 시작

강산21 2006. 9. 11. 19:21
기간당원제 보루 참정연도 오픈프라이머리 고민 시작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9-08 11:21]    
열린우리당 내 정치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대표 김형주, 이하 참정연)는 7일 저녁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최근 당내 쟁점으로 급부상한 2007년 대선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토론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 오픈프라이머리 TFT 간사를 맡고 있는 백원우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제 도입에 대한 찬성 토론자로, 데일리서프라이즈 편집위원인 시사평론가 김석수 씨가 반대 토론자로 나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대통령 후보를 뽑게 되는 당내 경선을 완전 개방해 당내외의 모든 인사가 경선을 치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있고 경선 방식의 합의도출, 막대한 경선비용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거듭된 재보선 패배와 끝없는 지지도 하락으로 2007년 대선 승리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는 열린우리당에게 오픈프라이머리는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이명박 등 양강구도가 확고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는 달리 당내 경쟁력있는 후보가 없는 열린우리당이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한 외부의 강력한 대선 후보군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오픈프라이머리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토론회가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토론회의 주체가 참정연이라는 점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최고위원, 김원웅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등 전 개혁당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참정연은 당내 정치그룹 중 기간당원제 고수에 대해 가장 원칙적이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김형주 대표는 참정연 홈페이지에 토론회 개최사실을 공지하면서 “앞으로 우리당이 어떤 당원 및 대선경선 제도를 채택하면 좋을 것인가에 관해 중요한 판단의 근거들을 마련코자 한다”며 이번 토론회의 개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또 지금껏 참정연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해 답을 유보해왔다며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은 기간당원제의 명백한 약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반면에 이번 대선에 국한하여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제도의 도입이 지니는 전략적 유의미성 또한 존재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가 참정연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기간당원제 고수해온 참정연, 변화의 신호탄 쏘나

▲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열린우리당 내 정치그룹 참정연 토론회의 모습.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참정연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열린우리당 오픈프라이머리 TFT 간사를 맡고 있는 백원우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당개혁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보겠다며 열린우리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나는 몇 년 더 노력한다고 우리당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통한 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백 의원은 “우리는 집권해야 하고 나도 원칙있게 집권하고 싶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안고서라도 우리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2002년 노무현 당시 후보가 이인제 후보와 당내경선에서 세 배차이로 지지율이 뒤지면서도 끝내 승리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노 후보는 백 의원에게 “이인제가 경선에서 이기면 이인제를 도와야 하는데 내가 도울 수 있겠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당시 13% 대 43%라는 엄청난 지지율 차이를 극복하고 끝내 승리했다는 것.

백 의원은 “지금은 숨어서 총 쏘는 게 아니라 나가서 백병전을 해야 하는 시기다. 고건이든 누구든 대중적 인기가 많은 사람들과 부딪쳐 싸워야 한다. 국민을 믿고 국민의 바다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김석수 데일리서프라이즈 편집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과 관련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치명적 약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돈이 많이 드는 제도”라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은 본선거가 아닌 예비선거에 2억 달러가 들 정도로 금권정치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 기부금을 많이 낸 회사가 후원한 후보자가 당선되면 정경유착이 상당히 합법화 될 정도로 미국의 금권정치는 문제라는 게 김 위원의 인식이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정세적으로 불리해서 궁여지책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상당히 걱정스럽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개혁의 주요한 과제였던 금권정치 타파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어 이미 알려진 현역 정치인에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가 신진정치세력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도 현역 의원의 재선율이 80~90%에 달한다”고 밝혔다.

“단기전 유리하나 중도·보수화 가속” Vs “기존의 정치불신 회복 장치 될 수 있어”

이날 발표자로 나온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은 정당을 이념적으로 중도 내지는 보수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단기 선거전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정치적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이것이 제3정당이나 극단적인 보수세력의 정치적 기반을 넓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제도 도입의 반대의 뜻을 피력했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가 한국정치의 문제점으로 인식돼 온 동원정치, 이미지 정치와 정책부재 선거문화, 대중추수적 위임민주주의, 지역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불신을 회복하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대폭 신장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정당체제는 이념중심의 정당이라기보다는 인물과 지역중심의 정당이었다. 국민들이 기존 정당질서에 강한 불신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미국식 예비선거는 이러한 정치적 요구에 적절한 답을 줄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만석 (wildpioneer@dailyseo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