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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붕괴' 폭탄 곳곳에...

강산21 2006. 6. 6. 18:44
'열린우리당 붕괴' 폭탄 곳곳에… 하나만 터져도
[한국일보 2006-06-05 19:03]    

열린우리당의 앞날이 어둡다. 당장 정동영 전 의장의 사퇴로 발생한 지도부 공백사태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곳곳에 깔려있는 분열의 뇌관들로 혼돈을 넘어 붕괴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도체제 문제만 해도 각 계파의 정치적 계산과 맞물리면서 전면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개혁 대 실용’이라는 해묵은 노선 대결이 다시 불거지면서 민주당과의 통합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격한 대립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시각차가 워낙 크기에 어느 하나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운데다 내년 대선의 비전이나 전략까지 무너진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당 해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 3선인 이석현 의원이 “비대위가 아니라 재창당준비위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노선갈등

우리당을 내내 괴롭혀온 노선갈등은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더욱이 ‘개혁 대 실용’이란 단순한 대립구도는 내년 대선에서 여권 내 헤게모니를 쥐려는 권력투쟁으로 변질되면서 적대적인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5일 “우리당에는 민노당보다 더 과격한 정치세력과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 세력이 뒤섞여있다”며 “선거참패를 놓고 한쪽은 ‘개혁부진으로 졌다’고 하고 다른 쪽은 ‘개혁만 외치다 졌다’고 하는데 무슨 통합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집권초만 해도 이념갈등은 집권당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무지개로 비유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각에서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는 적대적 감정, 배제적 행태로 표출되고 있다.

노선갈등은 부동산정책과 한미FTA 협상문제로 또 다시 터질 전망이다. 실용파인 김혁규 의원은 4일 최고위원 사퇴를 강행하며 “차제에 노선 수정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전면전 노선투쟁을 예고했다.

■ 민주당과의 통합

통합논란은 노선갈등보다 훨씬 민감하고 직접적이다. 선거에서 호남유권자의 이탈을 확인한 호남 및 수도권 의원들에겐 민주당과의 통합은 발등의 불이다. 반면 영남 출신들은 김혁규 의원은 물론 참정연 소속 유시민의원, 김두관 최고위원 등 정파에 관계없이 반대다.

통합론자들은 이른바 민주개혁세력과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의 양대 축을 복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파는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의 반호남 정서를 의식, 필사적으로 제도을 걸고 있다.


양측은 이미 선거전 김두관 최고위원이 통합론을 거론한 정동영 전 의장의 탈당을 요구하는 사건으로 브레이크 없이 충돌했다.

정동영계나 김근태 최고위원이 이끄는 재야파는 민주당하고만 통합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대신 폭과 대상을 넓혀 반 한나라당 세력이 모두 모이자는 입장이다. 내년 대선을 의식한 범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이다. 대상이나 폭이 어떻든 통합은 필연적으로 우리당의 해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민주당과의 통합이 현실화한다면 영남출신의 일부 이탈은 불가피하다.

■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선거 참패 중요하지 않다”는 노 대통령의 2일 발언은 우리당 의원 상당수에게 결별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고있다. 민심에 특히 민감한 수도권의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 출범에 앞서 7일 의원ㆍ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동영계나 재야파도 ‘당장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있을 뿐 노 대통령과의 단절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에 반대하는 친노직계, 참정연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