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그림사진

사학법 반대의 '라스트 모히칸'

강산21 2006. 1. 30. 23:14
사학법 반대의 ‘라스트 모히칸’
[한겨레 2006-01-26 18:39]    

[한겨레] 최근 나온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를 보면, 전국 초·중·고 사립학교 법인은 821개이며, 이들 법인이 1391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신교계는 104개 법인에서 214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7개 법인에 42개 학교의 천주교나 12개 법인에 17개 학교를 갖고 있는 불교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이다. 이런 사정은 개신교계의 선교방식과 관련돼 있다. 개신교계는 선교 초기부터 교육을 중시한 선교사들의 활동과 맞물려 일찍부터 학교 설립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개신교가 들어가면 교회, 학교, 병원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선교의 양상을 이룬 것이다. 통계에 다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일반 사학 가운데도 개신교인들이 선교적 목적으로 설립한 곳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번에 개정된 사학법 안에 그토록 반발을 살 만한 내용이 들어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학 운영의 실태와 방향에 대한 심각한 시각차다. 이번 사학법의 핵심 내용은 개방형 이사제이다. 사학계는 극소수 일부 사학의 비리를 전체의 것으로 오도한다고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교육부 정기감사에서 60% 정도가 위법상태로 드러났다며 현실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학계는 사학비리 근절이 목표라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이미 다양하게 있는데, 굳이 의사결정 구조에 손을 대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제는 ‘제도적 예방조처’란 점에서 기존 수단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개정 사학법이 건학이념 구현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일반 사학보다 종교계 사학에서 해당 종교계 전체의 심정적 지지를 얻어내면서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사학의 절대다수를 개신교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개신교가 이런 반발의 축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건학이념 구현이란 방어논리는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딱히 차별성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궁색한 면이 많다.

 

무엇보다 개신교계 사학의 교육과정에는 채플시간과 종교 과목 편성을 넘어선 창의적 시도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운영에서도 재단 전입금의 수준(2% 미만)이나 재정 및 인사의 투명성에서 일반 사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정도의 현상을 유지하려고 “건학이념을 사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개방형 이사제가 채플이나 종교교육을 오히려 내실화하고,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이끌어 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신교계가 대표해야 하는 이해 당사자는 사학만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대부분인 평신도의 견해를 크게 반영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자칫 개신교가 개정사학법과 투쟁하는 ‘라스트 모히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본질적 저항을 하는 것으로 보면 큰 착각이다. 한나라당이 애초 열린우리당과 협의 과정에서 개방형 이사제를 받는 대신 자립형 사립고를 관철하는 것으로 의견을 접근했다가,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뒤늦게 뛰쳐나간 사실을 개신교계는 잊어서는 안 된다. 반면 개신교계는 당장 자립형 사립고로 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처지이기에 현상유지에 명운을 건 셈이 되었다. 현상유지를 목표로 삼는 싸움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기껏해야 밥그릇 싸움으로 질타당할 따름이다. 교계 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양희송/<복음과 상황>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