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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강산21 2001. 4. 23. 00:09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거짓말

몇 년 전, 제가 교사생활을 하던 어느 봄의 일입니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 한 반이 된 아이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라는뜻에서 자기 소개와 가족 소개를 하게 했습니다.

한 명 두 명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려 자신과 가족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한 아이의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곧 그 아이가 아버지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아이의 지난해 담임선생님에게서아버지가 없는 아이니까 그것 때문에 상처 입지 않게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조용히 교무실로불렀습니다.

“얘야, 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을 필요는 없단다. 그것보다 거짓말을 하는 게 더 부끄러운 거란다.”그러자 아이는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습니다. “선생님, 전 거짓말한 적 없는데요.” 선생님인 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여 아이를 엄하게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전 친구들에게도 선생님께도 거짓말한 적 없어요” 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화가 난 저는 끝내 “넌 아버지가 안계신데도 계시다고 거짓말했잖니?” 하고 말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눈물이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울먹였습니다. “이 세상에아버지 없는 아이가 어디 있어요. 엄마가 아버지는 늘 내 곁에 있다고 하셨어요. 늘 내 마음속에 계신다구요.”

그제야 아이가 했던아버지 소개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내 곁에 계십니다. 따뜻한 햇님처럼 푸근한 달님 별님처럼, 반짝반짝 정말 사랑합니다.” 비로소 제잘못을 알았습니다. 아이만큼도 생각하지 못한 제가 미웠습니다. 터질 것 같은 뭉클함을 느끼며 아이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좋은생각2001. 3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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