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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추적’ 빛난 사례들 - ‘소통령’도 수표 한장에 덜미

강산21 2005. 12. 10. 18:30

‘소통령’도 수표 한장에 덜미
 (‘자금추적’ 빛난 사례들)

 

세간에 화재가 됐던 정치자금이나 뇌물 사건의 경우 계좌추적 없이 수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가깝게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수 사중인 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 사건부터 8년 전 터진 ‘김현철 비자금 사건’까지, 검찰의 성과 뒤에는 수표 1장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쫓아간 추적팀의 노력이 있었다.

 

◈“브로커 수사는 계좌추적이 특히 중요”=서울중앙지검 특수2 부는 브로커 윤씨의 로비 행적을 뒤쫓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 강원랜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여기서 찾아낸 게 윤씨가 배서한 1000만원권 이상 고액 수표 800여장. 이 수표를 찾기 위해 계좌추적팀 10여명이 연나흘간 매달렸다. 검찰은 이 수표 800여장을 토대로 총 40여개의 수표발행 계좌를 찾아냈고 지난 주말부터 관련자 소환에 착수했다. 특히 브로커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하면 ‘실체’ 대신 ‘깃털’만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좌추적 등 과학적 수사 기법이 더욱 중요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서울중앙지검 금융 조사부는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녀들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무려 40여일에 걸쳐 4남매가 삼성에버랜드 CB를 구입한 수표의 흐름을 추적한 끝에 3자매가 10억~48억원씩을 수 표로 지급해 CB를 매입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계좌의 자금흐름은 물론 서울과 지방에 분산된 수표발행 금융기관 의 창고를 40여일에 걸쳐 뒤지고 다녀 10여년 전인 96년12월 발 행된 수표의 마이크로필름과 전표까지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자금추적=2002년 4월 대검중수부는 거액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고위 인사의 금품수수 의혹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위층의 주변 인사가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수사팀은 즉각 그 계좌에 입금된 10만원 자기앞수 표 추적에 나선 끝에 고위층 인사의 실명계좌를 찾아냈다.

 

검찰은 거꾸로 계좌에 입금된 또다른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따 라갔다. 돈이 나온 계좌에는 짧은 기간 동안 7억원이 입금돼 있 었다. 명의인은 모대기업의 자금 담당 부서 소속 평사원이었다. 검찰은 평사원을 불러 조사한 끝에 실제 명의가 회사 사장으로 돼있음을 밝혀냈고 7억원짜리 통장에서 나간 돈 중 일부가 당시 현직 장관 부인이 관리한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점을 확인, 이 장관을 사법처리했다.

 

◈‘소통령’을 잡은 자금추적=1997년 3월 대검 중수부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검찰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 현철(사진)씨의 거액 특혜대출 연루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팀은 1년전 모건설업체 비리사건 수사때 김씨가 관리하는 것으로 의심한 가 명계좌를 떠올렸다. 그 계좌부터 자금추적이 시작됐다. 검찰직원 4명과 은행감독원 파견 직원 4명이 40여일간 관련 계좌에 매달 렸다. 검사가 직접 은행으로 나가 전표철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빠져나간 돈 중 2억원이 자기앞수표 200장으로 발행됐다는 사실 이 확인됐다. 계좌 주인은 모건설사 사장 이모씨. 비밀번호가 ‘1111’로 지나치게 단순했다.

 

수사팀은 이씨 명의 계좌의 출금자원과 연결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모두 추적한 끝에 김씨의 비자금계좌인 도·차명계좌 10여개 를 발견했다. 김씨는 1997년 5월17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죄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