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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5가지 억지

강산21 2005. 12. 15. 18:19
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5가지 억지
[오마이뉴스 2005-12-15 17:49]
[오마이뉴스 이민정 기자]
▲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13일 장외투쟁에 나서 서울 명동등지에서 집회를 가졌다. 장외투쟁에 나선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처리한 개정 사학법이 전교조에게 우리 교육을 넘겨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들은 사학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2077개 사학 중 비리 사학은 35개 뿐이다. 비리 해결을 빌미로 나머지 사학을 도둑과 죄인취급해서야 되겠는가."

지난 13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울려퍼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성토하며 박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골로 제시하는 논리는 두 가지. '전교조가 학교 운영을 장악해 친북반미 교육을 시킬 것'이라는 색깔론 동원과 '비리사학은 35개로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실상과 다르다.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측이 사학법 반대 논거로 제시한 주장을 살펴 보았다.

① 비리사학은 35개 뿐이다?

박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이사회 부실 운영, 회계부정 등을 적발당한 사립 대학과 초중등 학교가 37개교에 달하지만, 이는 전체 '비리부패사학' 중에서도 임시이사가 파견된 '중증부패' 건수를 뜻한다.

'임시이사'란 기존 임원의 취임이 취소되거나 학교법인이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장관이 이해관계자의 청구나 직권 등의 방법으로 선임하는 외부인사다. 즉, 임시이사를 파견하지 않은 사립학교의 비리건수까지 합하면 전체 비리사학은그 이상이 되는 셈이다.

이주호 한나라당(5정조위원장·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에게 비리사학 집계 배경을 묻자 "언론에서 보도된 것"이라고만 답했다.

② 사립학교는 사유재산?

이번달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학에 대한 법인의 재정 기여도는 매우 저조한 반면 대부분의 사학이 등록금이나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교육부가 사립학교의 법인 전입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학교와 전문대가 각각 1.8% 수준이었고, 가장 비율이 높은 초등학교의 경우도 12.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등록금이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법인 전입금이 전혀 없는 사립학교도 40개에 달했다.

또 지난해 총세입액 6조원 중 초·중등 교육분야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3조 8990억원(76.5%)이었다. 대학의 경우도 학생 등록금이 7조9백억원 정도로 총 재정의 61%를 차지한 반면 법인 전입금은 8600억원인 7.4%에 그쳤다.

③ 전교조가 학교 운영을 장악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에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들어갈 수 있다며 이는 친북반미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이사회에 들어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일단 개정된 사학법에 따르면 교사는 소속 학교의 이사가 될 수 없다. 이사 추천권을 학교운영위원회가 갖고 있으니 이를 통해 전교조 성향 인사가 이사가 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올해 4월 기준으로, 학교운영위에서 교원의 비율은 42397명(36.1%)이며 이 가운데 전교조 출신은 6542명(5.6%)인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교육단체총연합은 30191명(25.6%)이었다. 전체이사 7명 중 개방이사는 2명, 그것도 2배수 추천에서 선임되는 것이기 때문에 1명도 전교조 출신이 들어가기 힘들다.

설사 전교조 성향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간다 해도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친북반미 교육'은 불가능하다. 이사는 학사 행정에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사가 학사행정에 대해 학교의 권한을 침해했을 경우 취임을 취소할 수 있도록 사학법에 명시돼있다.

④ 개방형 이사가 설립자 가족의 직업선택권을 막는다?

사학법 개정안은 이사 중 친·인척이 1/4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한나라당과 사학법인들은 이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여권과 시민단체들은 족벌운영 및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지난 2004년 8월 사립대학 설립자나 법인 이사장 친·인척 근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90개교 중에 79개 학교, 총 271명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었다. 특히 고려대, 건국대, 경희대 등 78개 주요 사립대학들은 설립자의 자녀가 이사장이나 이사, 총장을 맡고 있어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사회의 비공개 회의 방식에다 이같은 족벌운영 체계까지 더해진 이사장 중심의 단독 운영은 부정·부패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140억원이 넘는 학교 돈으로 부동산을 사는 등 수익 사업용으로 사용하다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ㅇ학원의 경우 설립자가 총장, 부인은 이사, 장남은 부총장, 차남과 삼남은 같은 법인의 관련 단체장을 맡고 있었다.

⑤ 사학법이 싫어 사립학교 문 닫겠다?

사학법인들은 사학법 개정안에 불만을 터뜨리며 학교폐쇄나 신입생 모집 거부 등을 승부수로 뒀지만 이들 뜻대로 학교폐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폐쇄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 관할청이 가하는 제재 수단으로, 학교법인이나 사학은 학교를 폐쇄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법인이 학교의 폐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