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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간장에 밥을 먹어도 감사했어요

강산21 2002. 9. 14. 11:19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수해복구] 간장에 밥을 먹어도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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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반복을 겪으며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항상 좋은 일만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음은 사람이 한없이 연약한 존재임을 알려주려는하늘의 뜻이리라.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해주는 소식에는 물난리로 인한 수재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들어 있었다. 수해를 입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뉴스에서 들려주는 곳들만 크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아파했었지만 당사자들의 아픔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수재민들의 애절한 사연을 들으면서도 먼발치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나의 다른 모습을발견한다. 무언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수해 현장에서는 폭격을 맞은것 같은 처참함이 날마다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토요일 오전, 아내는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진주를 다녀올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마침 이백진 목사님을 찾아뵙고 싶었기에 쉽게 행동으로 옮긴다. '진주라 천릿길'이라는 말처럼 결코 가깝지않은 거리인데도 멀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차를 달린다. 부천에서 진주로 한참을 내려가는데 휴대폰에서 "주인님 전화 왔습니다."라는 멘트가나온다. 받아 보니 이백진 목사님이다. 중간 생초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생초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수해지역에 가는거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벼가 잘 자라고 있는 논을 보면서 피해가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수해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 동네 입구에는 커다란 현수막에 "00호를 폭파하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댐의 물을 제때에 방류하지않아서 마을이 수해를 입었다는 항의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로 들어서니 강물이 범람하여 쓸고 간 곳에는 집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논과 밭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도록 휩쓸려 있었다.

  목사님과 함께 우리 일행은 권사님 댁을 방문했다. 어느 것이 길인지헛갈릴 정도로 쓸려 있는 길과 마당, 그리고 텃밭은 수해 당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한다. 치우고 또 치워도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들,빨고 또 씻어도 아직도 남아 있는 생활용품들, 가구는 밖으로 꺼내 놓았지만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방에는 허벅지까지 물에 잠겼던지라 방으로들어서니 아직도 물기가 찌걱거리는 방바닥에 장판을 깔아 놓고 있었다.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일주일만에 전기와 수도가 들어 왔다고 한다.그래서 처음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넋두리가 마음 아프다. 자식이 많은 사람이 이번처럼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기에 무슨 말인가 했다. 가족이많은 사람들은 물난리 났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내려와 정리를 해 주니까 금방 되는데, 자식도 없고 나이 먹은 사람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단다.권사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해 보지만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나... 산사태가 휩쓸어버린 마을은 폭격을 맞은 것 같은데, 폐허속에서도 길가에는 함초롬이 꽃이 피어 있었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생긴다. 돌아오는 화요일에 다시 방문하여 식사 봉사라도 하겠다는말을 남기고 다시 부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참담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강물이 휩쓸고 간 인근 논에는 집이 부서지면서밀려온 잔해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고, 황토색으로 변한 채 쓰러진 벼, 엿가락처럼 휜 철근들이 뒤엉켜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쓰러짐을면한 벼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이삭 주변에 시커먼 기름이 묻어 있었고, 수확을 앞둔 논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하나...

  부천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수해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회원들에게 공지를 올리고,게시판에도 수해복구 현장에 봉사를 가자고 독려를 했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일을 벌려 보자고 한다. 감사하게도 함께해주는 분들이 늘어간다. 봉사 가기 하루 전에 정승훈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수해복구 현장에 함께 가겠다고 하신다. 윤건주 목사님도 함께합류하시기로 했다. 어떤 분은 쌀을, 어느 분은 떡을, 어느 분은 작은 것이라며 마음을 보태 주신다. 아내와 함께 나와 미룡님은 시장을 보러간다. 그분들께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 위함이다. 밤새 김치를 담그고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해 복구 현장으로 우리 일행은차를 달린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솔뫼님과 다락논 내외, 이백진 목사님과 사모님, 아내와 미룡님이 미리 도착하여 열심히 땀을 흘리고 계셨다.윤건주 목사님과 정승훈 목사님도 바로 봉사의 현장에 합류하신다. 정순회님도 쌀을 싣고 달려 오셨다. 봉사자들이 제법 모였다. 힘이 난다. 

  다른 봉사자들이 식사 봉사와 주변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에 목발을 짚고 잠시 주변을 돌아다녀 본다. 강물의 범람으로 인해 마을전체가 침수됐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었다. 강가에 있는 논밭은 대부분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지만, 주거지역은 그런 대로 이제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틀동안에 많은 봉사자들이 투입되어 복구를 했다고 한다. 도로가 붕괴되지 않았고 교통이 좋은 편이라 봉사자가 쉽게들어올 수 있었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길가에 있는 가겟집 방과 가게 안, 길가에도 돗자리가 펼쳐진다. 아직도 물기가 마르지 않은방에도 자리가 펴지며 상이 차려진다.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가 나왔지만 며칠동안 간장에 밥을 먹었다는 어느 할머님은 고맙다며 우리의 손을 잡고눈물을 글썽인다. 간장에 밥을 먹었어도 감사했다는 그들의 순박함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의 순수함이 많이 변질되었었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물난리 나고 지금까지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가 자기 집의 일부터 처리해야 하기에 남을 생각할 여유가없었는데, 우리들 덕분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며 감사해 한다. 솔뫼님을 반기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훈훈한 정을느낀다.

  이번 봉사 때는 목사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말씀만 전하고 거룩을 따지는 그런 목회가 아니라 실천하는 목회, 열린목회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여 주신다.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는가 보다. 식사 봉사가 끝나자 연막 소독기에 불을 당기고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휴대용 연막 소독기가 동네 구석구석을 소독하고 있다. 무거운 연막소독기가 아닌데도 성능이 좋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며칠동안 대규모의 봉사자가 투입되어 많이 복구가 된 동네지만, 아직도 할 일은 많았다. 집안에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벽지에는 어느새 곰팡이가 피어나고 있었고, 아직 손길이 닿지 않았던 부분들에는 악취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푸짐한식사와 술을 대접해 준 것만 해도 감사한데 무슨 일을 더 해주려고 하느냐며 더 이상 일하지 말라고 말리시는 동네 분들, 그래도 무언가 더 해주고가려는 봉사자들... 누군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바로 이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생각할 것이다. 친구 병윤이가 늦게 도착하면서 라면을 싣고왔다. 현장에 오면서 지인에게 후원을 받아 왔단다. 감사하다. 연막소독을 하던 이백진 목사님이 도배하는 할머님의 소식을 전해준다. 윤건주,정승훈 목사님과 미룡님이 지원을 가신다. 주방에서는 여성분들이 대청소를 하고 있다.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은 어느새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한다. 벽이 다 말랐다면 도배라도 더 해 드리고 올텐데...    
   그나마 특별재해 지역으로 지정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틀을마련하게 되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고난 뒤에 찾아올 기쁨도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는 것이 별다르겠는가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삶이 아니겠는가. 나눌 수 있을 때 나누는 것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이 아니겠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시간이다.

2002. 9. 10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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