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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과 두바퀴로 달리는 잔차질, 같이 할까요?

강산21 2005. 6. 19. 13:40
두발과 두바퀴로 달리는 잔차질, 같이 할까요?
50번째 떼거리 잔차질, 18일 열릴 예정
    이설희(isnowman) 기자   
도심 속의 자전거 교통혁명을 위한 신나는 주행. 서울의 도심 한복판, 광화문에서 종로를 한바퀴 휘감아 여의도로 이어지는 차도의 한켠을 자전거로 점령하여 행진하는 '떼거리 잔차질'이 오는 6월 18일로 50회를 맞이합니다.

2001년 4월, 8명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건강, 도시, 환경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권리 회복을 주창하면서 이 행사를 시작한 이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49개월 동안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에 이 행사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지난 5월달에는 약 110명의 자전거인들이 함께 했지요.

▲ 2005년 5월 떼거리 잔차질(종로)
ⓒ2005 발바리
이 '떼거리 잔차질'에 참가하는 분들은 참 다양합니다. 일곱살배기 아이도 참여했고,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참가합니다. 청바지 차림으로 참가하는 분들도 있고, 알록달록한 자전거용 전문 복장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온갖 종류의 자전거들도 선보입니다. 바구니가 달린 생활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값비싼 전문 산악용 자전거, 주행 성능이 뛰어난 사이클, 예쁜 삼각형의 스트라이다, 바퀴가 작고 휴대하기 간편한 미니벨로, 누워서 타는 리컴번트 등등. 하여간 자신의 두 발을 움직여 바퀴를 돌리는 모든 종류의 교통수단들이 이 떼거리 잔차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6월 18일 50회의 큰 행사를 앞두고, 이른바 '발바리안'들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가시연님과 강영님은 참여하신 분들의 얼굴을 멋지게 색칠할 페이스페인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땡칠이님은 몇 날 밤을 공들여 기념 티셔츠를 제작 중입니다.

▲ 땡칠이님이 손수 제작한 기념 티셔츠
ⓒ2005 발바리
돕헤드님은 행사날 축하 공연으로 통기타 들고 노래를 부를 거라고 합니다.

▲ 기타를 들고 노래를 들려줄 돕헤드님
ⓒ2005 발바리
은영님, 통님, 말랴님은 행사 당일 즉석에서 셔츠 등에 멋진 도안을 그려줄 실크스크린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 은영님이 그린 실크스크린 도안
ⓒ2005 발바리
개아지님, 통님, 나무님 등은 한이 아빠님 댁에 모여서 자전거에 부착할 풍선, 선전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 풍선도 불고, 선전물도 그리고
ⓒ2005 발바리
깸용님, 섹시영님 등은 '녹색교통 자전거' '자전거면 충분하다'는 문구를 넣은 깃발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걸 자전거에 매달고 달릴 겁니다.

▲ 쭈그려 앉아 깃발을 그리다.
ⓒ2005 발바리
새끈남님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한강에 가서 일일이 배포했다는군요. 자전거 묘기를 잘하는 티스님은 그동안의 사진을 편집해서 홍보용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재주꾼입니다.

미르님과 류님은 불꽃을 튀기며 용접까지 해가면서 엄청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끌고 갈 꽃마차를 만든답니다. 프레임을 만들어, 바퀴를 달고, 색칠하고, 온갖 잡동사니로 장식하면 어떤 모양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 꽃마차 제작을 위해 불꽃을 튀기며 용접하다.
ⓒ2005 발바리
최진만님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발명품 사지구동형 자전거를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고자 청주에서 상경하신다고 합니다.

▲ 최진만님의 발명품, 사지구동형 자전거
ⓒ2005 발바리
아, 또 있습니다. 자전거로 세계여행 근 5년 만에 서울에 도착하신 캐나다인 르네 월릿씨도 떼거리 잔차질에 참여하여 한국 자전거애호인들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 전세계 7만Km를 달려온 캐나다인 르네 월릿씨
ⓒ2005 발바리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각자의 가진 재주를 발휘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일까요? 2001년 발바리의 떼거리잔차질을 세상에 처음 제안하면서 이들의 꾸었던 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떼거리 잔차질이 대한민국의 자전거인들의 페스티벌 이름으로 불리워지길 꿈꿔봄니다. 한달에 한번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흩어져 있던 각양각색의 잔차들이 모여 도시를 누비는 꿈을 꿔봅니다. 모여서 무엇을 할지는 그리 중요하지도 어렵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는 자동차와 싸우면서 전투적으로 잔차를 탈 테고, 누구는 환경적 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잔차를 탈 테고, 또 누구는 자기의 고급 잔차를 자랑하며 우아하게 탈 테고, 아 또 어떤 무리들은 누구를 국회로 보내달라고 동네 잔차 빌려서 나오기도 하겠지요."
- 2001년 4월 '발바리'를 제안하는 글에서


▲ 모든 자전거는 광화문으로 집결하라.
ⓒ2005 발바리
그로부터 50개월이 지난 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50번째 떼잔차질을 앞둔 지금 준비되고 있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토론하며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화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6월 18일 대한민국에서 역사적인 '자전거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깸용님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