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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치병 3가지 앓는 은총이

강산21 2005. 6. 18. 17:33

희귀 난치병 3가지 앓는 은총이
[오마이뉴스 장희용 기자] 이제 겨우 20개월 된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무척이나 예쁜 아이 '박은총'. 걸음마를 떼고 한창 예쁜 짓으로 온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할 만한 나이건만, 스터지 웨버 증후군과 크리펠 트레노우네이 웨버 증후군, 오타모반 증후군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3개나 동시에 앓고 있는 은총이는 그렇지 못하다.

희귀난치성 질환 3가지 동시 앓는 건 세계에서 은총이 한 명

 
▲ 은총이 엄마는 "은총이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며 '희망'을 절대 놓을 수 없다고 한다.
ⓒ2005 장희용
희귀 난치성 질환 3가지를 동시에 앓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은총이 단 한 명뿐이다. 은총이를 처음 본 순간, 은총이 얼굴과 몸에 퍼져 있는 검붉은 점으로 은총이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스터지 웨버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붉은 점이 얼굴에 나타나며 점이 두드러진 반대쪽의 뇌가 위축되는 증상을 동반한다. 은총이의 경우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 무척 심한 편으로 얼굴은 물론 온 몸에 붉은 점이 드리워져 있다.

20개월 살아오는 동안 어린 은총이가 받은 수술은 뇌수술 3차례를 포함해 모두 6차례. 뇌수술을 통해 스터지 웨버 증후군으로 인한 경기(驚起)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크리펠 트레노우네이 웨버 증후군 역시 붉은 반점을 동반하며 하반신 중 한쪽만이 빠르게 성장한다. 은총이의 경우 오른쪽 다리 성장이 빠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길이에는 차이가 없지만 전문가들은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은총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고통이 아닐까 싶어 눈시울이 붉어질 법도 하건만 은총이 엄마 김윤영씨는 인터뷰 내내 무척이나 여유 있고 밝은 표정이다. 은총이의 사연을 아는 사람들 모두 김씨의 이 같은 의연한 모습에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은총이를 품에 안은 김씨는 “은총이는 경기가 심하다. 경기를 일으키다 숨을 쉬지 않을 때도 많았다”며 “다행히도 그런 순간을 바로 찾아내서 은총이 아빠가 응급처치를 하기도 하고,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금은 경기가 많이 줄어 “은총이가 편하게 숨 쉬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은총이 엄마. 은총이 엄마는 “은총이 덕분에 일상적인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면서 오히려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까지 말한다.

은총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는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단다. 그러나 의학이 아닌 사랑으로 은총이는 벌써 20개월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은총이 엄마는 “이제 은총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며 “완치가 될 순 없겠지만 차츰 좋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 하더군요. 은총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줘서…. 은총이는 우리 가족의 사랑의 결실인데, 제가 어떻게 포기하겠느냐”고 말하던 은총 엄마의 눈에 어느새 이슬이 맺힌다.

곧 은총이 엄마가 '씨익~' 하고 다시 웃는다. 은총이 엄마는 “힘든 상황이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총일 사랑하고 있으니 은총이도 잘 견뎌줄 것”이라며 “은총이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례 없어 보험적용도 안돼, 감당하기 힘든 수술비와 치료비

은총이 엄마는 은총이가 앓는 질환이 희귀성 난치병임에도 불구하고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보험을 받을 수 없어 치료비와 수술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 은총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은총이 엄마는 “아픈 것이 죄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숨기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고, 동정을 표할 땐 참 씁쓸하다”며 “관심의 표현이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상처가 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은총이 뒷바라지만으로도 벅찰 테지만 은총이 부모는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은총이와 같은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eunchong1003)를 운영하고 있는 것. 처음엔 은총이에 대한 사랑으로 카페를 꾸몄지만 지금은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10여명의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가 활동 중이다.

은총이를 낳기 전부터 유아교육을 공부했다는 은총이 엄마는 “은총이를 통해 장애아동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공부를 마친 후에는 장애아동과 관련한 분야에서 일을 하며, 은총이뿐만 아닌 장애아동들의 교육에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은총이의 생명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부모의 사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는 은총이, 은총이의 삶이 희망으로 더욱 밝아지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장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