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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수 없는 슬픔

강산21 2002. 8. 17. 22:45
그릴 수 없는 슬픔

마을 광장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그런데 모여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몹시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단두대가 설치된 광장 한가운데 가녀린몸으로 서있는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빠져나올 수 없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금 단두대에서 처형당할 순간이었다. 넋이 나간표정으로 어느 한 곳을 힘없이 응시하고 있던 소녀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술을 한번 굳게 깨물었다. 드디어 소녀가 단두대에 올랐다. 소녀의 슬픈죽음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의 짧은 비명을 듣고 그들은 두눈을 감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조금씩 커져갔다. 그 속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비통한 마음으로 소녀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소녀의 아버지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억울하게 처형당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소녀의 아버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함께광장에 모여 있던 한 화가가 붓을 들었다. 화가는 소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비통한 표정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이 어찌나 생생하던지그림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그림 가운데 많은 사람들 중 유독 한 사람의 얼굴만이 옷소매로 가려져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이 화가에게 물었다.
"왜, 이 사람의 얼굴을 옷소매로 가려져 있습니까?"
그러자 화가가 침통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들의 슬픔은 하루가 지나면 곧 잊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릴 수 있었죠. 하지만 소녀의 아버지의 얼굴은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감히 그릴 수 없는 깊은 영혼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슬픔이었기에 도저히 그릴 수 없었오."

[좋은생각메일진 제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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