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안과이슈

경기교육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교육감 편지

강산21 2010. 7. 1. 17:31

경기교육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교육감 편지

 

존경하는 경기교육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경기도민의 부름을 받고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김상곤입니다. 우리 경기교육에 대한 여러분의 헌신과 사랑을 잘 알고 있기에, 주민직선 제2대 교육감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경기교육가족 여러분께 편지를 씁니다.

 

지난 1년 첫 번째 임기 동안 저는 여러 교육현장을 다녔습니다. 그 때마다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시는 교육적 열정과 헌신을 접했습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 교육가족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만남의 자리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모습 하나하나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곳곳에서 안타까운 교육 비리가 터지고, 여기저기에서 교직사회의 무능과 매너리즘을 비난하고, 교육여건은 많은 부분 아직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교육현장에서 오늘도 아이들의 교육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교육감으로서 먼저 선생님들의 헌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선생님들과 함께,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우리 경기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위한 수많은 제도와 정책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와 수사만 넘쳐날 뿐, 선생님들의 마음과 소통하지 않아 공허한 구호에 그치곤 했습니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없게 하는 온갖 업무와 관행의 벽이 바뀌지 않은 채, 선생님들이 일방적인 개혁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개혁에 대한 피로감, 어떤 경우에는 절망감마저 느껴집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저는 선생님들이 마땅히 존중받고 배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직문화의 핵심은 자율과 지성입니다. 이 가치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선생님들의 헌신 뿐만 아니라 우리 경기교육도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분들이십니다. 그리고 교직의 경험을 통하여 지성과 인내, 자각의 예지를 가지고 계십니다. 어떤 교육이 올바른 것인지 참된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십니다. 이 능력과 식견이 학교현장에서 백분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선생님들의 노력을 저해하는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우리 경기교육의 방향에 대해 여쭤보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저도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왔습니다. 가르치는 순간순간마다 교육이 얼마나 어려운지, 학교에 부여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느껴왔습니다. 뒤돌아볼 때마다 매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러분 또한 비슷하리라 믿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의 눈망울을 접하는 순간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나오는 순간마다, 하교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방과후 텅빈 운동장을 접할 때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아쉬움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제가 할 일은 선생님 여러분의 각오가 우리 경기교육의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선생님 여러분이 계속해서 아쉬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선생님 여러분이 가고자 하는 길의 터를 닦고 장애물을 미리미리 치우는 것입니다.

이런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두 번째 임기 동안 부족하나마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이루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저와 함께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만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 모두가 가고 싶어 하고 행복해 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주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우리 경기교육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제가 똑같이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 교육은 서열과 무한경쟁에 놓여 있습니다. 이 속에서 학생들의 자아존중감, 자기주도학습능력, 의사소통능력, 창의력이 제대로 길러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경기교육을 혁신해야 합니다. 저와 선생님이 마음을 모아 우리 경기교육의 미래를 꿈꾸면서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올리면 좋겠습니다.

경기교육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교육을 위해 일하는 기쁨과 보람이 충만한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교육가족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이 모인 경기교육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2010년 7월 1일, 제2대 주민직선 교육감 일을 시작하며

 

경기도교육감 김 상 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