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유시민’의 운명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이기명)

강산21 2010. 5. 1. 23:50

‘유시민’의 운명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갈기를 세운 준마가 마음껏 달리도록 해야 한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01)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종구의 칼럼 ‘민주당의 네 마리 조랑말’이란 칼럼을 읽었다. 본인들은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준마라고는 못할지언정 조랑말이라니. 판단이야 제 나름이니 원망할 것 없고 내 탓이오 해야 발전한다.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니니 마음에 둘 것 없다. 격려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말에는 준마를 넘어 전설적 명마인 적토마가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는 주인도 많이 바뀌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적토마는 동탁, 여포, 조조 등으로 주인이 바뀌다가 마침내 관운장을 만난다. 주인다운 주인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관우가 손권에게 죽임을 당한 후 마충이 맡았으나 일체 먹기를 거부하고 굶어 주인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설명이 장황했던 이유는 의리를 말하기 위해서다. 이 시대의 의리는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다.

 

그래서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는 사람들은 귀하고 또 귀하다. 유시민의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고 운 사람 많을 것이다.

적토마를 따라 배우지는 못해도 기억이나 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조상의 유언이라도 되는 듯 배신을 다반사로 하는 정치인이 정당의 지도자를 한다. 좀 변했나 했더니 역시 제 버릇 개 못 준다.

세상에는 많은 조랑말이 있다. 요즘 같은 난세에 백성들은 준마를 그리워한다. 국민들 앞에서 바람에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준마. 과연 준마는 없는 것일까. 천 리를 달리는 명마인 적토마는 없는 것일까. 국민과 생사를 함께하는 명마가 그립다.

 

우리에게는 김대중과 노무현이란 준마가 있었다. 그들이 가져다준 것이 바로 국민이 주인이던 10년간의 민주화 시대였다. 진짜 국민이 주인이었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잃어버린 10년’은 국민이 찾은 ‘민주주의 10년’이었고 이제 다시 ‘잃어버린 고난의 세월’이 온 것이다.

국민은 김대중 노무현 두 준마를 그리워한다.

준마가 없음을 한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큰 소가 없으면 작은 소가 큰 소 노릇 한다고 한다. 작은 소가 큰 소로 자라고 그렇게 키우는 것이 주인이 할 몫이다. 주인은 국민이다.

과연 준마는 없는가. 있다. 내 눈에는 보인다. 어디에 있는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경기도에서 김진표와 유시민의 경선이 무산되었을 때 실망을 넘어 절망이었다.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다시 단일화를 약속했다. 5월 후보 등록일까지 단일화를 이루어 낸다고 한다.

 

이건 다행이 아니라 천행이다. 유시민과 김진표의 훌륭한 점이다. 국민의 절통한 비원을 아는 지도자다. 누가 경선에 이기느냐 이전에 그들은 이미 승리자며 지도자다.

경선을 하는 것은 보다 잘 달려 결승점에 도착하는 훌륭한 준마를 찾기 위해서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목을 조여 오는 반민주 세력들의 작태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해야 한다.

 

선거란 집안 굿이 아니다. 집안 굿이라면 누가 이겨도 내가 먹는 떡이다. 그러나 선거는 다르다. 반민주 세력에게 지면 다 잃는다. 좋은 정책도 미래의 희망도 사라진다. 승리로 결승 테이프를 끊는 준마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김진표는 경륜과 자질을 다 갖춘 지도자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했다. 부총리와 장관을 했다. 당의 최고위원이다. 경기도지사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경쟁자인 유시민과 비교해서 본선 경쟁력이 뒤진다는 것이다. 득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개인의 친소나 주먹구구식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고 여러 가지 분석의 결과다. 인간의 심리분석까지 한 결과다.

 

김진표로 단일후보가 된 경우를 보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두 모인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진보 성향의 젊은 층 지지를 얻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면 진다. 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나. 유시민이 가지고 있는 개혁적 공감대를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태 정치로 규정해 버린다. 치명적인 약점이다.

 

유시민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하는 경우, 이미 유시민은 골리앗을 무너트린 다윗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광주에서 1위를 한 후 그는 거칠 것 없이 달리는 준마였다. 국민이 지지라는 채찍을 쳤다. 그는 승리했다.

▲ 2002년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고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

유시민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가 젊은 표를 끌어 온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표를 끌어 온다는 것은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이다. 유시민이 본선에 출마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국에 야당 표가 결집한다.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활력소다.

 

나는 경기도를 잘 아는 편이다. 용인 시민신문에서 주필도 했다. 젊은 층에서는 단연 유시민이다. 개혁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정당에 적을 두지 않은 젊은 층들도 유시민을 지지한다.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가.

 

그들은 말한다. 재미가 있어야 찍을 것 아니냐고. 재미는 무엇인가. 거대한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이다. 다윗의 돌팔매를 맞고 쓰러지는 거인 골리앗을 보는 통쾌함은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

유시민이 질 수도 있다. 100% 당선은 부정 선거뿐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 되는 꿈이다.

 

시간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성능이 좋은 차를 타야 안전하게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 다 같은 차종이라 하더라도 성능은 제 각기 다르다.

성능이 좋은 차를 타고 달리면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고 성능이 안 좋으면 마음만 앞서고 승리를 없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차종이 있고 그들이 좋아하는 준마도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한다. 그게 젊은이들이다.

 

심리적 연대라는 것이 있다. 자기 친구가 싸움을 하면 돕는다. 친구가 싸우는 데 힘을 보탠다. 그게 인간의 보편적 정서다. 친구의 일이 아니면 관심 가질 필요 없다. 왜 괜히 힘을 빼겠나.

40억이라는 돈. 작은 돈이 아니다. 15% 득표하지 못하면 날아간다. 지지한다는 열정도 있지만 이길 자신이 있고 아무리 못해도 15% 이상 득표는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돈 떼일 걱정 없다는 것이다. 지지와 사랑은 투쟁의 동력이다.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함께 싸우자고 권한다. 그게 힘이다. 힘이 전국으로 퍼진다. 상대 진영은 속으로 애가 탈 것이다.

승리가 반드시 최고의 선은 아니다. 악이 승리하는 전쟁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선인 것이 있다. 바로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것이 선인 것이다.        

 

당적을 갖지 않은 유권자의 대부분이 젊다. 반면에 이들은 정치적 관심이 낮다. 투표도 잘 안 한다. 모두가 도둑놈이고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는 층도 이들이다.

 

유시민은 싫어하는 층도 많다. 왜일까. 친근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사람은 어딘가 좀 어수루한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너무 똑똑하면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또 너무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이 거부감을 주는 원인도 된다. 사랑과 지지야 나무랄 수 없지만, 유시민을 조금만 비판해도 이건 아주 원수로 여긴다. 이거 유시민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른바 ‘노빠’들도 극성파가 있었지만, 유시민만은 못했다. 무엇이 진정으로 유시민을 사랑하는 것인가를 심각하게 한 번 고려해 볼 일이다.

 

유시민을 비판하는 한 사람을 설득하면 두 사람의 지지자를 만드는 결과가 된다. 앞을 보지 않고 돌진하면 다치는 사람이 많다. 그 중에 유시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 수더분했다. 겸손하고 부끄럼도 많고 만만하게도 느껴지고 그래서 좋아한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을 비판하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돌리면 이들은 결코 유시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끌어내는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은 바람으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자금도 태부족이다. 자유당 독재시절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는 태풍이었다.

 

1956년 5월 3일 한강 백사장은 독재를 타도하자는 30만의 인파로 덮였다. 서울역에서 한강까지 전차 길을 꽉 메웠다. 민주주의의 목말라하는 국민들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에 열광했다.

선거는 감동이 있어야 승리한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 어느 구호보다도 강력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서울시장 한명숙과 경기지사 유시민, 얼마나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조화인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들이다. 몸과 마음으로 노무현 정신을 체득한 사람이다.

 

흔히들 이번 선거는 죽은 노무현과 살아 있는 대통령과의 대결이라고 한다. 누가 이삼십 대의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것인가. 오직 유시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비록 반대자라 할지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유시민만큼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도 별로 없다. 이번 선거구도는 MB심판이다. 유시민이 MB를 심판할 인물이다. 이것은 경기도의 선거가 아니라 전국의 선거다.

경기도의 선거가 살아나야 수도권 전체가 살아나고 전국적인 투표율도 올라간다. 이것이 바로 정권심판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의 거부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대의를 망쳐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는 이 땅에서 희망을 가지고 사느냐 아니면 팔자타령이나 하면서 죽어 사느냐의 갈림길이다.

여론조사 응답을 보면 김진표가 단일화 후보가 되면 20대와 30대는 투표장에 안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지율도 김문수 후보를 못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유시민이 후보가 되면 이삼십 대에서 유시민이 김문수를 배로 이긴다.

 

또한, 이들은 절대로 한나라당은 안 찍는다. 그럼 누구를 찍는가. 민주당을 찍는다. 민주당 후보가 31개 시 군중에서 25개 이상 후보를 냈는데 덕을 보는 게 어느 정당인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고 반민주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조그만 자존심의 문제와 정서적 문제를 넘어 야당의 큰형님다운 넓은 아량과 관대함으로 야당 단일화에 대한 큰 역할을 해 줘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야당이 대연합을 이루어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 인천과 다른 지역에서 모두 승리하면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겠다고 저마다 약속을 하는 후보들이 너무나 고마워 노무현 대통령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국민을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5월 23일은 우리와 이별한 노무현 대통령의 1주기다.

 

2010년 5월 1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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