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노무현 대통령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발언의 진실 (솔트)

강산21 2010. 4. 15. 18:51

근래 각종 찌라시에 '참여정부가 재벌한테 항복했다'라는 둥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에 항복했다'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찌라시들은 그 근거로 노통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 발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경향의 이대근과 한겨레 홍세화는 이는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굳이 선언이었노라 강조한다.         

 

확언컨대, 이 근거는 사실상 자신들이 직접 찾아본게 아니다. 최근 화제의 신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변호사는 '노통은 사실상 삼성에 항복했다'라는 식의 글을 쓰면서 그 근거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이 발언을 지목했다. 정말 다른 근거는 없었다. 겨우 삼성그룹 부사장 이학수가 노통과 부산상고 동문간이라는 것 정도나 있을까.

 

김용철씨가 쓰니깐 한겨레가 인용하고 이를 경향이 되받고 프레시안을 거쳐 다시 조중동이 되돌리고, 그 사이 관련 기사들이 블로그에 퍼날라지고,,,하여 노통이 마치 삼성에 굴복한 것처럼 된 것이다. 이 나라 악령들이 출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니, 우리 대장이 멀리 떠난 후 신문을 피한 것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헛구역질 때문에 신문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이 문제의 발언은 분명히 기억났지만 언제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검색해보니. 관련 키워드 '삼성' '재벌' '선언' 등으로 뜬다. 모두 찌라시들의 삼류 소설이었다. 단 한 언론사도, 단 한 블로거도 이 발언에 대해 제대로 밝힌게 없었다. 결국 참여정부 청와대 백서를 뒤져서야 이 발언이 실린 원문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노대통령 발언 원문이다.

 

(2005년 7월 5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가는 대책도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여러가지 경쟁과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공정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을 하면서 나름대로 기여한바 있겠지만 지금 정책 현실이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는 판단을 합니다.


시장에서 기업 간에 여러가지 협력이 잘 이뤄져야 비로서 상생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합니다. 나가보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세계 수준으로 비지니스를 하고 있어 참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 대기업이 있어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대통령은 큰소리도 갖고 돌아오면 생색을 내고 좋습니다.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편, 욕심에는 대기업 제조업만 세계 인류가 아니라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경쟁을 갖춰서....... 하여 상생협력이 서로 간의 시스템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한겨레의 A기자를 만났다. 그는 노통이 삼성에 항복한 확실한 증거로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을 꼽았다. 그렇다면 노통이 임명한 그 많은 좌파?들은 뭐란 말인가. 좌파에 굴복한 것인가. 수만개의 임명권 중 하나를 두고 정권의 성격을 규정당한 예가 있을까.  

 

경향의 B기자를 만났다. 그는 저 발언을 인용, 칼럼으로 노통을 재벌에게 굴복한 나약한 정치인으로 그렸다. 그에게 노무현은 그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등돌린 소인배로 기억되었다. 꾹꾹 눌러가며 저 발언의 장소와 맥락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최소한 발언의 맥락은 파악하고 인용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하니 그는 한참 묵묵히 있다가 그 발언은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는 발언이기 때문에 맥락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시 위 두분에게 같은 반문을 던졌다. 한겨레 경향 포함 이 나라의 모든 언론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책 광고를 거부한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같은 날 노무현이 삼성에 항복했다는 식의 칼럼은 낯 뜨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분들은 한참 한숨을 쉬다 무언가 길게 설명했다. 나름 들어보려 애썼지만 이미 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