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 /표명렬

강산21 2009. 6. 6. 01:36

 

[기고]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공동상임대표

국립묘지는 나라와 겨레의 성지라 할 수 있다. 그곳에 묻혀있는 분들의 면면만 보아도 국가의 정체성을 선연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된 바대로 ‘항일·민족자주독립’의 3·1 정신과 4·19 혁명의 ‘민주정신’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족을 배반했던 친일파들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은 독재의 무리들이 뻔뻔스레 양지 바른 명당을 차지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 김창룡이다. 일본 관동군의 헌병으로 독립운동가를 고문하고 독립군 토벌에 악명을 떨친 그가 광복 후 다시 이승만에게 빌붙어 민족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 이승만 독재 권력의 주구 역을 톡톡히 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에게 살해돼 밖에 묻혀 있다가 김영삼 정부 말기에 슬그머니 국립묘지로 이장됐다. 그곳에 계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민망스럽고 불경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며 일평생 항일독립투쟁에 헌신했던 백범 김구 선생은 미군정 아래서 대낮에 암살당하여 효창공원에 묻혀있다.

친일 매국노들과 이웃하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 하겠지만, 그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조국 광복 후 엄중처단되었어야 할 친일파들이 적반하장 부와 권력을 쥐고 대물림하여 수구 기득권층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스럽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상황을 타파하고자 이른바 주류 세력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초지일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루고자 했던 자주독립된 민주국가로서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통일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을 닦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부당하게 편중된 부와 권력을 본래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친일·독재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의 과거사를 진실의 잣대로 정리해 진정한 화해를 이루려고 애를 썼다.

그가 꿈꾸어온 세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 겨레가 인간답게 당당히 살아가기를 갈망했던 서민대통령 노무현의 숭고한 뜻을 우리가 이루어야 한다.

국민이 애정을 모아 그의 묘지와 기념관을 건립해 민주의 대광장이 되게 하자. 가능하다면 별도로 묘지를 조성하지 말고 기념관을 건립하여 그 안에 안치함이 좋을 듯싶다. 그의 생전 모습대로, 누구나 쉽게 다가가 함께 노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평장으로 묻고 그 위에 앉아 있는 동상을 세우면 어떨까?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선생의 혼을 계승한 국민의 사랑받는 민주 전당이 될 것이다. 내년의 서거 1주기와 현충일에는 효창공원의 김구 선생 묘에서부터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까지 민족정기와 민주정신으로 인간 띠를 이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공동상임대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041816125&code=9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