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이만열칼럼]‘평화·통일 위한 한국교회 3·1선언’

강산21 2009. 5. 10. 23:39

[이만열칼럼]‘평화·통일 위한 한국교회 3·1선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좀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2월27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 3·1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선언은 한국 교회의 보수와 진보가 뜻을 모아 발표했다는 것과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통일문제를 3·1정신에 입각하여 새롭게 풀어보자는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선언은, 1980년대까지 당국의 배타적인 권리로만 인식되었던 통일문제를 민간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기독교계가 통일문제를 고민하면서, ‘한국 교회 평화통일 선언’(1985년 3월)과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1988년 2월29일) 및 ‘계속되는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기독인의 입장’(2008년 11월21일)을 선포한 전통 위에서 발표됐다.

“우리 민족이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의 의지를 천명한 기미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선열들의 위대한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부끄러움과 아직 독립을 완성하지 못한 무능함”을 ‘통회’하면서 “민족분단의 평화적 해소와 새로운 통일국가의 평화적인 완성”을 위해 선포된 이 선언은 전문(前文)과 6장 22절로 되어 있으며, 한국 교회와 사회와 정부, 북한 당국, 한반도 주변 4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 및 한국 교회의 실천 결의사항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 중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 국제사회를 향한 내용만을 축약해 소개한다.

남북·교회·주변4강에 대한 촉구

이 선언은 먼저 한국 정부를 향해 남북한 사이의 기존 합의들을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추진할 것처럼 오해될 언행을 자제할 것,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감당할 것 그리고 “매년 정부 예산의 1%를 별도 배정하여, 인도적 대북지원 및 개발협력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입법 추진함으로써 헌법 제4조의 통일지향 명령을 법과 예산으로 실행해 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특히 1% 예산 배정은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요구하면서 정부 예산과 같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선언은 북한 당국을 향해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진정성 있게 나서줄 것, “민족의 분단과 한국전쟁에 대해 북한도 책임의 당사자인 것을 겸허하게 인정할 것”, 최근 북한 주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할 것, 남한 사회와 정부에 대한 경직되고 일방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 줄 것, 미국과의 핵폐기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성의와 인내를 동족인 남한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견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개선 요청을 단계적으로 수용할 것,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 남한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군사적인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이 선언은 또 한반도 주변 4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일제의 침탈과 세계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초래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에는 한민족에게 범한 역사적인 죄악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분단 해소와 평화통일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재중·재러 탈북자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당사국이 노력할 것, 미국에는 북핵문제 해결과 더불어 북·미수교를 이루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는 탈북 동포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촉구했다.

3·1정신 입각한 남북문제 해법

한국 교회는 그동안 인권, 민주화 및 통일 운동의 선구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심한 비판과 비난을 받아왔다. 60년대 말 3선개헌을 계기로 나뉜 진보와 보수는 통일문제에서도 심한 갈등을 빚었고 한국 정부나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각각 편파성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언에서 민족문제와 관련된 합의를 도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선언이 앞으로 현안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파당성을 극복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