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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공교육 회복’을 선택했다

강산21 2009. 4. 9. 09:21

시민들은 ‘공교육 회복’을 선택했다

기사입력 2009-04-09 08:35 
[한겨레]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 당선

자율형 사립고·일제고사 줄세우기 반전 불가피

정부 정책과 ‘대립각’ 교육계 전반에 파장일듯


시·도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예산 편성·집행권, 교원 인사권, 특목고·자율형 사립고·자율학교 지정 및 설립 인가권 등 ‘교육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권한을 지닌 자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화·분권화 조처로 이런 권한은 더욱 커졌다. 이런 점에서‘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을 내건 김상곤 후보의 당선은 경기도 교육은 물론 교육계 전반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후보는 경쟁을 중시해온 정부의 교육정책과 대립각을 세웠던 터라 정부 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크다.

이번 선거 기간에서 김 후보는 ‘반엠비(MB)교육’과 ‘공교육의 회복’을 외쳤다. 이명박 정부의 무한경쟁 교육 시스템이 공교육의 역주행을 낳았다는 진단 속에 공교육 회복이 그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특목고 등 ‘1% 소수를 위한 특권교육’ 대신, 공교육 전반에 재정을 확대·투입해, 학교 현장에서 사교육비의 병폐를 걷어낼 ‘공교육 혁신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런 당선자의 교육관은 경기도 지역에서 고교 평준화 확대,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 확대 등의 조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기도는 서울 등 전국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학교(초·중·고 2060여개교)와 학생 수(186만여명)가 가장 많다.

당장 자율형 사립고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내년 3월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유형의 학교로, 올해와 내년 상반기에 전국에서 각각 30곳씩이 지정된다. 시·도별로 자사고 전환을 신청한 고교 가운데 교육감이 심의를 거쳐 지정하도록 돼 있다. 김 후보는 자사고와 특목고로 대표되는 ‘특권교육’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경기도교육청의 특목고 증설도 김 후보가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1년2개월 동안에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인 이성대 안산공대 교수는 “입시명문고로 변질된 특목고가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기 전까지는 추가 확대는 없다”며 “자사고도 입시 명문 귀족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부활한 전국 단위 일제고사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김 후보는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일제고사는 중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경기지역에서는 초·중학생 대상의 전국 단위 시험이 표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발표한 ‘4·15 학교 자율화’ 조처로 규제 권한이 시·도 교육감에게 넘어가면서 허용된 사설 모의고사도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교과부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젊은 교원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점차 줄여 가고 있지만, 경기지역에서는 반대로 내부형 교장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김 후보는 자격증이 없더라도 학교 혁신에 대한 철학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서애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김 후보의 당선은 일제고사를 포함해 그동안 학부모와 학생을 괴롭혔던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이 새도시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수원/홍용덕,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