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유시민 “박연차 리스트보니 난 친노는 아닌가보다”

강산21 2009. 3. 25. 23:47

유시민 “박연차 리스트보니 난 친노는 아닌가보다”
서울 강연회 “진보진영 사분오열은 아직 살 만하다는 얘기”
입력 :2009-03-25 08:33:00  
[데일리서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정치를 다시 한다면 정계 복귀가 아니고 새로운 정치 참여 형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여성프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YES24와 돌베개 출판사 주최의 ‘독자들을 위한 강연회’에서 “6, 7년전 갑자기 어느 시점에서 뛰어들어 정치 참여를 시작한 것처럼 어느 시점에서는 새롭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2년에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국민들 속에서 일정한 요구가 있고 그 일이 매우 뜻이 있고 그런데 꼭 내가 해야만 하겠다는 사명감, 의무감도 내가 느낀다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며 “그때 가서 원점에서, 백지 상태 위에서 필요한 판단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난 정치를 떠난다고 한 적은 없었다”며 “자연스럽게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어떤 공간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내가 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하고 있다”고 현재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말하자면 여의도에서 파주 출판단지로 공간을 옮겨 지금 활동을 하고 있다”며 “국회 상임위원회장이나 본회의장이 아니라 대학 강연장이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현 정치 구도와 관련 “나 같은 사람은 정치도 안하지만 지금 정치를 한다고 해도 물고기로 치면 물밖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며 “아무리 힘이 센 물고기도 물 밖에서 헤엄을 칠 수는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진보진영이 사분오열 돼서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데 그건 살만하다는 것이다, 진짜 숨도 못 쉬게 죽겠으면 뭉친다”며 “정말 못 견디게 되면 그때는 대책을 세울 것이다, 지금 저런 건(사분오열한 건) 지금의 상황이 별 게 아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진보진영도 가라앉을 때는 다 가라앉고 밀물이 들어오면 동시에 다 떠오른다”며 “탄핵때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같이 떴다, 역사의 밀물이 들면 모든 진보의 배가 같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기가 올 것이지만 지금은 배는 물밖에 나와서는 뜰 수가 없다”고 밀물, 배 등에 비유해 현재의 정치 상황을 설명했다.

“50년 여당 한 한나라당도 정권 뺏기자 금새 야성 나왔는데...”

유 전 장관은 민주당과 관련해선 “조심스럽다. 내가 민주당 계신 분 보기에는 ‘말리는 시누이’ 같은 존재일 것이다”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불임정당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WBC 야구에서 보듯 팀플레이 하는 집단은 혼이 살아 있을 때 존재 가치가 있다”며 “82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지만 민주당은 혼도 불확실하고 기도 없어 보이는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10년 여당 하는 동안 옛날의 야성이 다 없어져버렸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50년 여당하고도 정권 뺏기자 금방 야당 성향이 나왔다”며 “50년 야당하다가 지금 흐물흐물하다는 건 얘기가 안 된다, 근본 이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민주당이 혼이 없고 기가 빠진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는 시대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사람들에게 ‘당신의 정당이 대변하는 시대정신이 뭐냐’고 물으면 없다, 그냥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는 “견제는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며 “여야가 공존하는 민주적 절차나 선거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있는 것이고 야당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조건이지 적극적으로 그 정당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조건은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대선에서의 문제점은 처참하게 표차이가 많이 나게 진 게 아니라 지더라도 후보와 정당이 어떤 시대정신을 붙들고 지느냐였다”며 “아직 국민들에게 빨아들여지지 않지만 미래지향적 시대정신 붙들고 패배했다면 지금 잘 나갔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해법이 안 보인다, 손쉬운 해법 있으면 벌써 해결했을 것이다”면서 “민주당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사멸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민주당은 ‘견제론’으로 지방선거나 3년 후 총선에서 의석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때문에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망할 것 같으면 혁신하지만 다음 선거가 훨씬 조건이 좋아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을 100% 확신하기에 민주당은 혁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박연차 리스트 보니 난 친노는 아닌가 보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좋은 분이다, 하려고 한 것을 능력이 부족해서 다 하지는 못했지만 힘닿는 만큼 성의껏 국민이 맡겨준 권한을 갖고 합법적으로 적법하게 노력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분을 모시고 일한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수준이 아니라 큰 영광이며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며 “훗날 묘비명에 ‘내 인생에서 매우 가치 있는 시기였다’고 한 문장 꼭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최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과 관련해 “박연차 리스트가 나오면서 이강철 특보,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가만히 보니 나는 친노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선관위 통해 찾아보니 지난 정부의 실세들에게 엄청 후원했던 분들이 저한테는 단돈 10만원도 후원한 게 없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돈 백만원이라도 후원 받았으면 ‘ㄷ’ ‘ㅈ’ 신문에 ‘유 아무개 돈 받아’라고 크게 실렸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없다”며 “그러나 나도 시국 강연 다니다가 국사범이 아닌 파렴치범으로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옛날 통장 거래 내역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향후 계획과 관련 “경북대 강연을 이번 학기와 다음 학기도 할 것이고 강연하면서 다뤘던 주제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돌베개에서 하고 있고 ‘경제학카페’ 데이터 갱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가을에 새로운 책을 쓸 생각”이라며 “후불제 민주주의가 권력, 정치,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책이라면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은 지식, 지식인 그리고 그 지식인이 만든 그 지식을 담은 책, 책 그 자체 등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또한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아이템이다”고 소개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