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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한다, 잡아가봐라” ‘상습시위꾼’ 자가진단표 화제

강산21 2009. 3. 12. 22:28

“자수한다, 잡아가봐라” ‘상습시위꾼’ 자가진단표 화제
경찰 전문시위꾼 200명 검거 방침에 누리꾼들 조롱, 힐난 쇄도
입력 :2009-03-12 16:12:00  
[데일리서프] 경찰이 “집회 뒤에도 해산하지 않고 시내를 배회하며 시위를 계속하는 상습 시위꾼 200여 명을 모두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상습 시위꾼’ 자가진단표가 12일 인터넷상에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발생한 시위대의 경찰 폭행 사건과 관련해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재미삼아 시위 현장을 찾아다니며 폭력행위를 주도하는 ‘전문 상습 시위꾼’ 200여명을 규정, 모두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좌)와 다음(우)에 올라온 상습시위꾼을 비판하는 글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촛불 정국 이후로 수집한 자료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지만 시위에 자주 나온다는 점 외에 특별한 공통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파악에 따르면 직업도 실직자·종업원·재수생·자영업자·회사원 등으로 다양하고, 연령대도 10~50대까지 폭이 넓으며 정치적 성향도 구분하기가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정한 시민단체와도 무관하며 특정한 배후도 없어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일단 시위가 있으면 현장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시위 장소와 인원 등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선을 파악하는 채증 담당, 형사들의 동향을 체크하는 정보 담당, 시위대 맨 앞에 서는 행동대 등 그룹으로 나뉘어져 행동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단지 상습적으로 시위를 한다고 검거하겠다는 발상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으며 헌법에도 보장하고 있는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조항에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제시한 ‘상습시위꾼’의 근거가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누리꾼들은 너도나도 주기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내가 바로 상습시위꾼이다”, “200명 안에 들지 못하면 억울하다”고 경찰 방침을 조롱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상습시위꾼’ 자가진단표까지 만들어 스스로를 진단한 뒤 “나는 상습시위꾼이다, 잡아가라”며 경찰을 힐난하고 있다.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는 자가진단표는 다음과 같다.

□ 지난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나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나
□ 민주노동당·진보신당·민주노총·전국철거민연합·명박퇴진·사회당·진보연대 중 지지하는 곳이 있나
□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나
□ 오토바이를 탈 줄 아나
□ 저녁 늦은 시간에 도심을 걸어가 본 적이 있나
마스크를 개인 소장하고 있나
□ 무전기 리시버라고 의심되는 것을 가지고 있나(이어폰 등 포함)
□ 조중동이 편파적인 매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는 응답이 3개 이상이면 경찰은 ‘상습시위꾼’으로 의심할 수 있음)


누리꾼 ‘조선폐간’은 “용산참사 후 매일 추모제에 참석했다, 물론 작년 5월부터 촛불 들었고, 광화문 태평로 종로 을지로 명동의 도로를 활보했다”며 “경찰 병력이 둘러싸지 않으면 우리 무시하는 거냐고, 놀아달라고 떼쓰고 싶어진다, 해산방송하는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나 김순경 목소리가 때론 그리울 정도이다, 오토바이나 무전기는 없지만 교통카드와 손 전화는 가지고 있다, 자, 200명중 한명으로 인정?”이라고 경찰을 비꼬았다.

누리꾼 ‘지야의 함성’은 “난 주말에만 나갔다, 물론 집중집회가 있는 평일도 간혹 시간을 내서 나갔지만 늘 나가면 얼굴이 익힐 정도로 피켓 들고 서 있고 즉석연설도 왕래하는 시민들 앞에서 그리고 도열한 경찰들 앞에서 많이 했다”며 “이 정도면 상습시위꾼인 거죠”라고 밝혔다. 그는 “법을 조금 아는지라 상습시위꾼이라 해도 겁은 안 나는데 화는 더 나는군요”라고 덧붙였다.

블로거 ‘무한’은 “위협적인 움직임이 온라인으로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네르바는 지금도 감옥에 있고, 앞으로는 ‘상습시위꾼’이 아닌 ‘상습시위블로거’를 잡아갈지도 모르겠다”며 예상 상습시위블로거 자가진단표를 만들어 올려놓기도 했다. 그가 만든 자가진단표는 다음과 같다.

□ 대통령을 ‘쥐’ 가 들어가는 단어로 표현한 포스팅이나 댓글을 작성한 적 있다
□ 국회의원들을 비하하는 포스팅이나 댓글을 작성한 적 있다
□ 조중동을 편파적인 매체라고 포스팅하거나 댓글을 작성한 적 있다
□ [블로그파업]이라는 머리말을 사용한 적 있다
□ 트랙백을 보내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일에 능숙하다
□ 경찰에 대해 안 좋은 의견을 피력한 적 있다
□ 자신의 '선거'에 대해 후회하는 글을 올린 적 있다
□ 미네르바 사건을 비교적 자세히 아는 편이다
□ 한국이 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오프라인의 시위에 관련한 포스팅이나 댓글을 작성한 적 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