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안과이슈

일제식 학력평가 실시를 중단하고, 내실있는 교육지원정책을 제시하라

강산21 2009. 3. 7. 17:12

교육과학기술부는 일제식 학력평가 실시를 중단하고, 내실있는 교육지원정책을 제시하라

 

 

지난 2월 18일 공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는 교육계뿐 아니라 전체 사회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교과부는 평가 결과 전북 임실교육청의 미달자가 0%라는 보고에 고무되어 보도자료 제목도 ‘뒤처지는 학생없는 학교만들기’라고 선정한 바 있다. 또한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하면서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열의에 의해 학업 성취가 결정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였다. 실제로 나타난 도농간 격차나 대도시내 지역별 격차에 대한 어떠한 전문적 분석도 추가되지 않은 허술한 서열 자료만을 내놓고 학교들에 평가결과의 책임을 묻는 조치들을 함께 발표하였다. 그러나 채 하루도 안 되어 임실교육청의 보고가 허위로 드러나고 전국적으로 허위, 조작 보고들이 이루어진 사례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교과부는 대국민 보도내용을 한 편의 희극으로 만든 것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채점강화, 담당자 문책 등 강경 대응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 3월 10일에 예정된 진단평가와 관련해서도 교과부는 31일로 연기하면서 0.5% 표집학교 실시 및 시도별 자율시행을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청들에서는 동일한 문항이라는 이유로 일제식 전수평가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과부는 일제식 평가의 문제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하며, 더 이상의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제식 학력평가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전수조사 형식의 일제식 평가와 이의 공시 정책은 교육을 개선하기보다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 여실히 확인되었다. 초등학교까지 시험준비교육을 강화하고, 교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위축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학교별 정보공시제는 학교평가와 연계됨으로써 각종 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음이 이미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서열화와 학교통제 이상의 교육적 의미는 없다. 교과부는 학력평가 결과에 따라 미달 학생이 많은 1,200개 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학력부진 학생에 대한 진단은 이미 표집형태로 실시되어온 국가수준학업성취도조사에서 그 윤곽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 누가 기초학력미달 학생인지 알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일제식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은 견강부회이며, 또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그 시험 결과를 지역별, 교육청별, 이후에는 학교별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질적 학력 진단은 수업을 행하는 교사에 의해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기초학력 미달학생들을 줄이기 위한 학교현장의 교육역량 강화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책을 통하여 가능하다. 통제와 관리의 방식으로는 기회주의만을 조장할 뿐이다. 대부분의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성취도가 저하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대체로 가정의 빈곤, 또 그로 인한 보호의 미흡, 자신감의 저하, 인지, 정서, 행동 장애, 기타 개인사적 이유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을 줄이기 위한 처방도 종합적이고 개별화된 교육복지시스템의 구축으로 가능한 것이다. 반복식 문제풀이식 수업을 조장하는 일제식 평가로는 결코 기초학력미달 학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표준화된 일제고사를 통한 점수 비교와 교원통제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과부는 학력평가와 관련한 부작용들을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채점을 강화한다고 부정이 없어지지는 않으며 문제의 본질은 허위보고 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교과부는 점수 경쟁으로 교육을 황폐화하는 일제식 학력고사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내실있는 교육개선정책으로 교육현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제식 학력평가는 교육적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교과부는 비교육적인 일제고사 강행을 중단하고 내실있는 교육지원책을 제시할 것을 권고한다.

 

1. 일제식 학력고사에 의한 학력 점검은 교수-학습과정의 질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 학생수준의 진단과 평가는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하며 이는 교사와 학교에 의해 책임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획일적 점수에 의한 외부 평가방식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 전문성과 평가권을 지원해야 한다.

 

1. 일제고사는 학력미달학생을 위한 타당한 지원방식이 될 수 없다. 기초학력미달학생과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은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일제고사의 반복 시행 등을 통해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포괄적이고 실효성있는 개별지원책이 교육복지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한다.

 

1. 일제식 평가결과의 공개는 학교 뿐만 아니라 거주지역 서열화를 초래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소모적 과열경쟁을 강화한다. 지역별, 학교별 성적 공개는 학교를 분발시키기보다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에 대한 중압감을 키우며‘교육이사’등을 통해 지역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자녀의 정확한 등수를 알아야 학부모의 불안이 해소된다는 논리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보다는 ‘한줄 세우기식’ 교육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관으로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할 국가가 한줄 세우기를 조장해서는 곤란하다.

 

1. 현행 일제식 학력고사 결과를 교사와 교장의 인사에 반영하려는 취지는 교육을 왜곡할 뿐이다,. 이는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점수 일변도로 측정될 수 없으며, 본질상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학교가 교육적 책무를 다한다는 것은 교육의 목표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구현되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단순히 시험 점수 올리기 경쟁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편법과 기회주의만을 부추길 뿐이다.

1. 일제식 학력고사, 정보공시제, 학교선택제 등을 연계하려는 정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실패한 정책을 수입한 것이라는 점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 영미에서 정책전환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실패한 모델을 수입하여 강제 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실패한 정책의 수입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2009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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