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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이코패스 제대로 알기

강산21 2009. 3. 6. 11:09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이코패스 제대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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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0:33 

 

전 국민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 그는 쾌락을 목적으로 무자비하게 살인을 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순순히 차에 탔다”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에 속한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이코패스의 실체를 파헤쳤다.

영화 ‘한니발’포스터
‘말 잘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가치를 자랑하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과 짧은 연애를 많이 했다’…. 요즘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의 일부다. 40점 만점인 이 테스트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27점을, 유영철은 38점을 맞아 사이코패스(극단적 반사회 인격장애)로 판명되었다. 이 테스트를 재미 삼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사이코패스라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테스트를 통해 청소년 100명 중 1명 정도가 사이코패스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이쯤 되면, 내 아이가 혹시 사이코패스가 될 성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게 된다.

 

비행 청소년, 모두 사이코패스인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능력이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능력이 없다. 동물을 학대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행동, 반복적인 거짓말 등 품행장애도 이 때문이다. 김양래 정신과 전문의는 “철저하게 자기 위주의 생활, 자기 기분만 생각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우는 모습의 사진과 웃는 모습의 사진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를 따돌리고 괴롭히거나, 죄책감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는 아이들 역시 사이코패스일까? 김양래 전문의는 “보이는 행동만으로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는 우울증이 성인들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비행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 아이들 중에는 무리에 섞여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사이코패스를 조기에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는 방법이나 툴이 없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테스트의 결과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사이코패스 성향 성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는 괴물,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계적으로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양래 전문의는 생물학적인 견해 중 전두엽 기능의 둔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뇌영상촬영을 통해 뇌 기능을 살펴보면 사이코패스의 경우 전두엽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 전두엽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뇌의 영역으로 규칙이나 통제,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사춘기 시절을 거치면서 성숙하고 발전하게 되는데, 이 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기질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태아기에 부모의 알코올 섭취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유전성도 무시할 수 없다.

 

후천적으로는 교통사고 등의 사고를 통해 전두엽의 기능이 망가질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뇌가 손상된 경우, 충동적이 되고 과격해지는 사례가 발견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심리적인 충격에 대해서는 큰 연관성을 두지 않고 있다. 강호순은 유영철이나 정남규 등과 같은 연쇄살인범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성장 과정의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이성에게 인기 있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없이도 사이코패스와 같은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이코패스, 가정교육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어 문제는 원한이나 생계형 범죄가 아닌 살인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같은 형태의 범죄는 그동안 미국과 영국 등에서 많이 일어나 서구형 범죄라고 불리기도 했다. 보고된 바로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범죄 형태다. 김양래 전문의는 “누구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인주의적으로 흘러가기 쉽다. 소통의 부재는 살인 등 흉악 범죄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실제로 연쇄살인 등 흉악 범죄자들은 핵가족이 보편화된 시점에 태어난 사람들이다”라며 개인주의화된 사회에 대한 연관성을 시사했다.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 극중 하정우가 맡은 연쇄살인범 지경민은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지만,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는 사회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즉 환경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환경은 바로 ‘가정교육’이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가정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충분히 인식시킨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래 전문의는 “사이코패스라 할지라도 무조건 범죄자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충분히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사이코패스가 살인의 충동을 잘 승화시킨다면,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를 보고도 아무런 감정 없이 환자를 대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테크닉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사이코패스는 우울증도 걸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을 통해 도덕성을 쌓는다면 오히려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정신과 치료 프로그램 있지만, 거의 불가능해 사이코패스는 인격장애에 속하기 때문에 병원 치료도 가능하다. 대개 약물치료가 아닌 정신치료로 이루어진다. 이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의 면담을 통해 인격 형성 이전으로 돌아가 치료자와 재교육을 하면서 인격을 성숙시키는 치료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인 경우 자신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장애라고 인식하지 않아 치료를 받지않는다. 만일 자녀가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갖고 있는데, 가정교육만으로 교정이 힘들다고 판단된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격 형성이 완성 되기 전이라면 성인이 되어 치료받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를 이 기준에 적용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사회규범에 대한 가정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고, 정신과 치료도 약물치료보다는 상담을 통한 인격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상은 아니지만 자신의 욕구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이코패스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며 이성적이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한 사람일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사이코패스가 일반적인 정신과 질환과 구분되는 이유다.

 

사이코패스 판정 도구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박사가 제시한 사이코패스 판정 도구(PCL-R)로,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가 국내에 소개한 것이다. 단, 자가 테스트가 아닌 훈련받은 전문가가 심층 면접을 통해 체크하도록 되어 있다.

 

사이코패스 테스트 01. 말 잘하는 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02. 자기의 가치에 대해 자랑하고 다닌다. 03.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04. 속임수를 경멸하거나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05. 범죄를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06. 감동적인 것을 봐도 감동인지 모른다. 07. 매사에 냉담하고 남이 말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 08. 책임감이 없거나 부족하다. 09. 일상생활에서 많은 정신적 자극이 필요하고 지루함이 많다. 10. 기생충처럼 남에게 빌붙어 산다. 11. 나쁜 행동을 자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12. 소년 비행을 경험하거나 영유아기 때 잔인한 짓을 많이 했다. 13. 현실성이 부족한 목표를 길게 끌며,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14. 매사에 충동적이다. 15. 무책임하다. 16. 소년 비행. 17. 약속을 잘 깬다. 18. 아무 데서나 성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19. 많고 짧은 연애를 한다. 20. 범죄적인 재능을 타고났거나, 재능을 범죄에 이용하려고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 0점 *조금 그렇다 - 1점 *정말 그렇다 - 2점 *미국은 20점이상, 한국에서는 24점 이상이 나올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양래(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