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양성평등, 인식과 의지에 달렸다

강산21 2009. 3. 5. 11:53

양성평등, 인식과 의지에 달렸다
2009-03-05 오전 11:36:25 김성현(여성의전화)  news@gmilbo.co.kr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구분없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제이며 현실이다. 남녀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복지증진에 관한 내용을 담은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 여성발전 5개년 계획(2004-2008)'을 수립하여 진행한 바 있으며 광명시 역시 '광명시 여성발전 5개년 계획(2005-2009)'이 진행 중에 있다. ‘광명시여성발전기본조례’는 2005년 4월 21일 제정되었고 이는 경기도에서 15번째로 제정된 것이다. 지방 소도시의 규모에서는 비교적 빠르고 선진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이에 걸맞는 시행을 하는 것은 단체장이나 공무원 등의 적극적인 시도와 민간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애초에 조례제정을 위한 과정에서도 민관이 협력하는 등의 노력을 통한 것이었고 진행 중에도 중간평가를 위한 점검을 공유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지난해 11월의 중간점검 토론회가 그런 맥락이다.

 

중간점검 토론회 준비에 참여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그 관련자료 전반을 함께읽고 분석하는 일에 나선 바 있다. 전체를 보는 느낌은 참으로 바람직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의지도 없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구호나 선언으로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는 공직사회의 무기력이나 부족함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양성평등이라는 것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일이다.

 

크게 10개의 파트로 나눠 각 파트에 10개 내외의 구체적 과제가 있는 여성발전5개년계획의 내용은 필요한 부분을 대체로 망라한 수준급 과제였음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정복지과만의 역량이나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것임을 확인했다. 가정복지과는 취합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을 뿐 시집행부의 모든 부서가 함께 참여해야만 가능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성정책 관련 예산의 증액이나 여성발전기금의 확대조성, 여성들의 참여율 제고 등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남녀별 통계구축과 일반정책의 성별영향 평가분석 등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전자의 부분이 확대되어야 다른 여러 부분도 나아질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후자의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성별분리 자료가 명확해서 그 위에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영향 평가분석이 있은 후에라야 지금보다 더 나은 정책을 생산할 수 있음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공무원의 승진이나 핵심부서 배치 확대, 인사 및 다면평가위원회의 여성 배정 등과 같은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대상을 위한 정책이 가능하게 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가령 광명시의회 문현수 의원이 제안하였던 관공서의 화장실 전수조사를 통한 시정요구 등이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용자는 여성이 더 많은데 일률적으로 남녀화장실을 동수로 같은 크기로 배치한다면 이는 여성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된다.

 

공간이나 숫적인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분명한 사전조사와 성별영향 평가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녀별 통계구축은 시의 모든 부분에서 구비되어야 할 자료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적극적 시도와 노력이 일선 공무원들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업무를 보기에 시간조정에 애를 먹기도 하고 때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하다보면 필요한 자료의 축적은 요원한 일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의 구비는 전 공직사회가 구비해야 할 당연한 과제라는 인식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구체적으로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우리시 단체장의 의지와 식견을 믿는다. 그리고 믿고 싶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부분을 정부로 확대해서 볼 때 우리 나라 수장의 양성평등 정책 수립 및 실천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는 믿음이 안간다. 왜냐하면 집권 1년의 여성정책 평가에 관한 여러자료에서 보듯이 평점이 낙제점이며, 인식도 의지도 없었다는 판단이 많은 까닭이다.

 

여러 여성단체들이 이명박 정부 1년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서 성평등 정책은 실종됐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잃어버린 가족은 반드시 찾아야 하듯이, 잃어버린 정책도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내가 우리시 수장의 의지를 믿듯이 우리나라 수장의 의식도 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