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왜냐면] 큰 댐, 미니 댐, 마인드 댐 / 한무영

강산21 2009. 2. 13. 03:09

[왜냐면] 큰 댐, 미니 댐, 마인드 댐 / 한무영
왜냐면
한겨레
우리나라처럼 비가 여름에 집중되고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빗물을 모아서 쓰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집중형 강우에 대비하고 저탄소형 사회를 위해서는 빗물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

 

소양강 댐은 2700㎢의 유역에 떨어진 빗물을 모은다. 댐의 용량은 29억톤이지만 여름 홍수에 대비하여 가득 채울 수도 없고, 봄 가뭄에 대비하여 다 비울 수도 없으므로 19억톤만 사용한다. 그중 홍수조절능력은 5억톤이고, 연간 12억톤의 물을 수도권 인구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홍수조절능력을 유역면적으로 나누면 0.18m(5억톤/2700㎢)가 된다. 1년 물공급량을 전체 댐용량으로 나눈 가동횟수는 0.42(12억톤/29억톤)다. 큰 댐은 많은 장점과 공로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다. 소양강 댐은 한강 하류 수도권의 홍수는 조절할 수 있지만, 상류나 지천의 홍수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 밑에서 모으다 보니 다시 위에 있는 도시로 물을 멀리 보낼 때 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넓은 유역에서 물을 모으다 보니 약간의 오염으로 전체 물이 더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수질관리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댐에 수질적, 수량적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크다.

 

서울대 기숙사에 있는 빗물 이용시설은 5년째 가동되고 있다. 이 미니 댐의 용량은 200톤으로서 2천㎡의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서 매년 1600톤의 빗물을 화장실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유역면적 1㎡당 미니 댐의 용량은 0.1m로서 소양강 댐의 수치보다 작지만, 가동횟수는 연간 8회(1600톤/200톤)로 소양강 댐의 20배나 된다. 현재까지 공짜로 9천톤의 물을 지붕에서 받아서 썼고, 앞으로도 쓰면 쓸수록 이익이다. 곁들여서 팔당에서 처리해서 보낼 때 드는 2150kWh의 에너지도 절약되었다.

 

서울시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는 빗물시설의 세계적인 모델이 된 3천톤 용량의 미니 댐이 있다. 유역면적이 5만㎡이므로 단위면적당 용량은 0.06m밖에 안 되지만, 여기서 빗물을 받아서 공짜로 조경용수로 사용한 물이 일년에 4만톤으로서 가동횟수는 연간 13회다. 그만큼 한강물, 돈, 에너지를 모두 아낀 셈이다.

 

미니 댐은 작지만 수만 많으면 훨씬 적은 돈으로 댐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한다. 상류에서 소규모로 조금씩 깨끗한 빗물을 모으기 때문에 별도의 토지보상비 없이 홍수와 물부족을 동시에 해결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인센티브나 설치보조금 지급, 사후관리 등 행정의 묘를 살리고 사전에 설계만 잘한다면 아주 적은 돈으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 단시일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쉽고 돈이 적게 드는 것부터 하자. 범정부 차원에서 물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홍보 등으로 마인드 댐을 확산하고, 전국 곳곳에 미니 댐을 짓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니 댐과 마인드 댐의 개념은 우리 선조들이 이 땅의 열악한 기후와 지형조건에서 수천년의 힘든 과정을 거쳐 터득한 검증된 노하우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는 이미 집중형 돌발강우에 의한 침수에 대비하고, 에너지 소비도 줄이는 현명한 물관리 방법에 대한 교훈이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개념에 첨단의 기술을 접목시키면,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해 전세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미래에 가장 요긴한 기술이 될 것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