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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이유

강산21 2009. 3. 3. 13:56

거짓말을 하는 이유


알데르트 부리지가 저서 <거짓말 탐지>에서 밝혔듯, 대부분의 거짓말 뒤에는 복합적인 이기적 동기가 숨어있다. 부리지는 이 책에서 미국 심리학자이자 거짓말 연구가인 버지니아 대학의 벨라 데 파울로 교수의 실험을 소개한다. 그녀는 일단의 대학생들에게 일주일 동안 본격적인 거짓말 일기를 쓰게 했다. 학생들은 10분이상 지속되는 대화에서 한 거짓말을 전부 기록해야 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이 한 거짓말의 50%가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고 조롱당하거나 밉보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이유에서였다. 전형적인 일례는 친구에게 대학 동기가 여전히 자기한테 푹 빠져 있다고 거짓말한 여대생의 사례다. 사실 그 대학 동기는 이미 새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는데 그녀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을 창피해했다.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특히 어머니를 자주 속였고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했다. 가령 어떤 남학생은 대학 입학 후 아직 한번도 맥주를 안마셨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또한 우리는 거짓말로 득을 보려는 시도도 즐겨한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취업 면접에서 현재 급료를 물으면 거짓말을 한다. 사실상 모든 지원자가 앞으로 있을 연봉 협상을 감안해서 실제보다 높은 액수를 제시한다.

데 파울로에 의하면 벌에 대한 불안감에서 하는 거짓말은 이보다 드물다. 하지만 아이들은 주로 이런 이유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다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데 파울로의 피험자들 사이에서 매우 낮았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기를 쓴 사람의 12%만이 거짓말이 발각된 경험이 있었으며 들통이 나더라도 심각한 결과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피험자들이 한 거짓말의 25%는 이타적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남을 도우려고 한 거짓말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여학생은 친구가 술독으로 결석했는데도 강사한테 친구가 아프다고 얘기했다. 어떤 여학생은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괴로워하는 매력 없는 친구를 위로하려고 곧 새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고 단언했다.

나머지 25%'친사회적' 이유에서 거짓말을 했다. 이런 거짓말의 동기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다. 가령 "너희같이 지루한 인간들이랑 점심 먹으로 갈 생각은 진짜 없어"라고 말하는 대신에 "일이 잔뜩 쌓였어"라고 하는 편이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에게 더 편안하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날마다 그런 거짓말로 긴장과 갈등을 방지하고, 별로 존경하지는 않지만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협력이 가능해진다.

머리 모양이나 옷에 대한 칭찬도 여기에 속한다. 그런 칭찬은 흔히 작은 선물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공격적 태도나 분위기 악화를 예방하며 우정을 유지시켜 준다. 실제로는 새로 한 커트나 꽃무늬 셔츠를 끔찍이 여길지라도 말이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인간의 공동생활에서 기본이고, 이런 거짓말이 없다면 공동체는 존속 자체가 어렵다.


<거짓말의 딜레마> 클라우디아 마이어, 열대림, 2008,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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