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이병순 기자 리포트할 때까지 싸우겠다"

강산21 2009. 1. 23. 15:39

"이병순 기자 리포트할 때까지 싸우겠다"
[현장] KBS 노조 19년만의 제작거부 1000여명 참여…아침뉴스서 이소정 앵커 소신멘트도
2009년 01월 22일 (목) 21:07:36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이병순 기자가 리포트하는 걸 볼 때까지 싸웠으면 좋겠습니다."(김연주 KBS 울산방송 기자)
"기자와 PD를 비롯한 KBS 노조가 오늘과 내일 제작중단에 들어갑니다. 시청자 앞에 떳떳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이소정 기자-<아침뉴스타임> 앵커 22일 오프닝 멘트에서)

 

KBS 노조 19년 만의 제작거부 깃발…기자·PD 등 참여 조합원 1000여 명 육박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이 22일 양승동 KBS PD('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와 김현석 기자(사원행동 대변인) 파면, 성재호 기자 해임 등 근래 보기드문 최악의 보복징계로 비판받고 있는 KBS의 조치에 맞서 19년만에 제작거부의 깃발을 올렸다.

KBS 노조가 이날부터 집단 대체휴가를 통한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하면서 오후 2시에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개최한 3차 '부당징계 규탄대회'에는 전국의 기자·PD를 포함해 아나운서 등을 포함해 참여한 조합원만 1000여 명(기자 300·PD 500·기타 조합원 2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독재정권 갈망하는 방송장악 어림없다" "정권야합 관제방송 너희부터 집에가라" "정치보복 인사탄압 총단결로 박살내자"고 외쳤다.

최재훈 KBS 노조 부위원장은 "언론노동자 양심 막으려는 것에 대한 투쟁을 위해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조합원이 모여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수 밖에 없다. 단결이라는 무기로 견고하게 중무장 한다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다짐했다.

   
  KBS 기자와 PD를 포함한 KBS의 조합원 900~1000여 명이 22일부터 이틀간 집단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대회'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소정 앵커, <아침뉴스타임>서 "떳떳한 방송하기 위해 제작중단 이해" 소신발언에 '징계엄포'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문을 연 김덕재 KBS PD협회장(비대위원장 겸임)은 "후배들 가슴에 대못질하고, 파면 해임 당한 세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자존심에 동료에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신에 대못질해놓고 선배로서 앉아서 어떻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느냐"며 "우리의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대한민국 언론노동사 기자 PD들 합치면 다시 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비대위원장 겸임)은 "기자 앵커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날 아침 이소정 <아침 뉴스타임> 앵커의 '소신' 멘트를 둘러싼 사연을 소개했다.

"오늘 아침 뉴스타임에서 이소정 기자가 KBS 노조의 제작거부 사실을 전하면서 '시청자 앞에 떳떳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방송했다. 이 방송을 보고 회사가 화들짝 놀라 '내일부터 당장 방송 그만두라, 징계하겠다'고 기고만장해서 떠들다가 한나절 만에 꼬리 내렸다.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번에 기자들이 투쟁에 들어가면서 야근자까지 다 빼지 않은 것은 우리 뉴스를 완전히 세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번 주말까지 이런 뜻을 모르고 아무런 답이 없을 경우 더 강하게 모든 기자, 앵커들까지 빼겠다 책임지고 빼겠다."

민 회장은 "오늘  점심 때 보도본부에 올라갔더니 데스크, 부장(공채 18∼20기 사이)들이 잡혀서 일하고 있던데 그분들에게 '리포트 만들되 형편없이 만들어라고 했다, 후배들보다 더 잘 만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지침을 내렸다(좌중 웃음)"며 "참여하지 않은 선배들의 뜻도 같다. 우리의 요구를 안 받아들인다면 더 강력하게 나가서 굴복시키겠다"고 결의했다.

   
  KBS 기자와 PD를 포함한 KBS의 조합원 900~1000여 명이 22일부터 이틀간 집단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대회'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민필규 회장 "KBS 아무 답없으면 기자·앵커 다뺀다" 김덕재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이날 집회에선 KBS 울산방송국에서 올라온 김연주 기자(공채 33기)의 '이병순 기자 리포트'론도 눈에 띠었다.

"제작거부 논의가 진행돼면서 보도본부 게시판이 폭주했었다. 인상깊게 본 글은 자신이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노조가 파업을 1달 이상 한 걸 보지 못했다'며 '협상안 나오면 반이 떨어져 나가고, 또 떨어져나가고…그걸 잘 알기 때문에 이병순 사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이번엔 끝까지 가보자'는 글이었다. '이병순 기자'가 리포트하는 걸 볼 때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이날 아나운서로 나란히 참석한 홍소연·최원정 아나운서도 동참을 결의했다. 홍소연 아나운서는 "당연히 기자 PD를 불문하고 여기 있어야 하는 자리라 생각해 이 자리 나왔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원정 아나운서도 "기자 PD 제작거부에 들어갔는데 아나운서들은 오늘 내일 대휴 다 냈다. 다만 라디오 등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파업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출연거부'를 아끼는 차원에서 일단 방송에는 출연했다. 하지만 앞으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출연거부, 리본착용 투쟁 등 강도 높은 투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결의했다.

   
  KBS 기자와 PD를 포함한 KBS의 조합원 900~1000여 명이 22일부터 이틀간 집단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대회'을 열었다. 사진은 홍소연(왼쪽)·최원정 아나운서. 이치열 기자 truth710@  
 
아나운서들도 가세…홍소연 "직종 불문 당연히 참여해야" 최원정 "앞으로 출연거부 불사"

영등포경찰서를 담당하는 KBS 이수정 기자는 "휴게실 앞에 '단체로 휴가원을 내면 반려한다, 너희의 휴가는 불법'이라고 쓰여진 게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고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의미가 기간이 바뀌면 바뀔 사장이고, '시청자를 위한 좋은 뉴스를 만들자'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우리의 목표다. 그런데 '권력에서 독립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자와 PD가 해직됐는데 왜 선배들은 가슴 아파하지 않는가. '너희 휴가내면 내가 사인 내줄게, 나도 빵꾸 내줄게' 이렇게 시원히 말해주지 못하는 선배를 보면서 내가 이 회사 다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자는 또 KBS의 제작거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던졌다.

"같이 영등포서를 출입하는 MBC 영등포 1진기자가 'KBS 앵커는 어떻게 됐느냐'고 묻길래 '방송 잘하고 있다'고 답했고, '아나운서 잘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봤을 때 방송에 아무 차질이 없다는 얘기고, 경영진은 우리가 '일 안 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지금까지 그 많은 사람 왜 일을 시켰느냐. 우리는 일을 하기 싫어서 모인 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우리 목소리를 말하고 싶다. 용산 참사 현장도 가야 하는데 등지고 나왔다. 방송(KBS)에서 아무 티도 안 나서 화가 나 견딜 수 없다. 돌아와 함께 일할 때까지 잊지 말고 함게 했으면 좋겠다."

   
  22일 아침 방영된 KBS <아침뉴스타임> 오프닝멘트에서 KBS 기자·PD를 포함한 노조의 제작거부 돌입사실을 알리고, 떳떳한 KBS를 위해 너그러이 이해해달라고 소신발언한 이소정 기자(앵커·왼쪽)  
 
영등포서 담당 기자 "선배들 왜 가슴아파하지 않나…실제 방송서 '제작거부' 티안나 화나"

선배급인 김현기 PD(공채 22기)의 '커밍아웃기'도 많은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정연주 전 사장이 너무 미워서 'PD협회 정상화추진위원회(정상추)' 멤버로 활동했다고 소개한 김 PD는 "사과를 드리겠다"며 "사원행동 내부가 (성향과 가치관 등에서) 다양했듯 우리 내부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 꼴 날 줄은 몰랐다. 지난해 8월8일(경찰 난입) 전까지는 '정상추' 활동 에 추호도 아쉬움이 없었으나…이 자리를 넘어서 공영방송(내부)에 경찰이 들어오는 걸 인정하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었다"며 이른바 '커밍아웃'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PD는 "지난 월요일(19일)부터 노조 집회에 오면 힘이 빠졌다. 오늘도 왔는데 똑같은 생각든다. 답답하다"며 "노조가 우리를 버렸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뭔가를 (누군가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BS 기자와 PD를 포함한 KBS의 조합원 900~1000여 명이 22일부터 이틀간 집단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대회'을 열었다. 사진은 'KBS PD협회 정상화 추진위원회'에 활동하다 다시 나왔다고 고백한 김현기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현기 PD "정상추서 활동 사과…이 꼴 날줄 몰라"
김태형 기자 "무단탈영한 최시중도 방통위원장 하는데 대휴투쟁 문제 안돼"

김태형 탐사보도팀 기자는 "탐사보도팀의 이병도 기자가 지난해 봄에 '최시중이 군대있을 때 무단탈영했다'는 특종을 했다"며 "그런 사람이 방통위원장을 하고 있다. '대휴투쟁' 이거 아무것도 아니니 자신감을 갖고 싸우자"며 "(새 사장 취임 이후)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회사측에서 회사 믿어달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믿고 싶었고, 처음엔 믿었다. 천주교 신자로서 사측 간부가 하는 말이 '병순천국 불신지옥'으로 들렸다. 하지만 거짓말이 반복되니 그걸 계속 믿는다는 것도 재앙이다. 이젠 '병순지옥 불신천국'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KBS 기자와 PD들은 제작거부 이틀째인 23일엔 오전 11시에 같은 장소(민주광장)에 모여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초입력 : 2009-01-22 21:07:36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