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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등치는 저작권 소송, 묘안은 '즉심'

강산21 2009. 1. 16. 11:09

청소년 등치는 저작권 소송, 묘안은 '즉심'

기사입력 2009-01-16 03:12 
 
노래 무심코 다운받았는데 "80만원에 합의하자"

전과 안남고 소액 벌금만

고교생 김모(18ㆍ대전 중구)양은 지난달 경찰서에서 "저작권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김양을 고소한 모 법무법인은 "합의금 80만원만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흥정'을 걸어왔다.

김양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노래 한 곡을 자신의 블로그에 '퍼온' 것 뿐인데 80만원을 주고 합의하거나, 아니면 자칫 전과자가 될 처지가 된 것이다.

관할 대전중부경찰서(서장 황운하)는 김양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고, 합의금도 내지 않으면서,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묘안을 찾았다. 바로 '즉결심판'이었다.

중부서는 15일 김양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대전지법은 김양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저작권 위반으로 피소된 청소년에 대해 즉심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심은 형사입건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자료로 남지 않는다. 만약 기소된다면 전과자가 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도 수사자료가 남아 청소년의 장래에 부담이 된다.

김양의 어머니(54)는 "변호사란 자들이 멋모르고 실수한 학생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데 기가 막혔다"며 "즉심으로 잘 해결돼 딸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중부서 황정인 수사과장은 "청소년의 사소한 저작권 위반에 대해 즉심제도를 활용하면 합의금을 받지 못하게 된 법무법인의 '묻지마식' 고소 행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저작권자와 계약한 일부 로펌이 청소년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고소를 남발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이 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대상자가 초범이고 미성년자이면 고소를 각하하고, 재범 이상인 경우 선도교육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사건은 2006년까지 매년 1만 여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2만33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7만8,538건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일부 로펌은 청소년 60만원, 대학생 80만원, 일반인 100만원 등으로 합의금을 정해놓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인터넷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서 무더기로 고소장을 보내고 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