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이준구 “MB,지난 1년간 배운게 그렇게도 없나?”

강산21 2008. 12. 20. 17:00

이준구 “MB,지난 1년간 배운게 그렇게도 없나?”

[데일리서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운하는 하지 않는다"는 분명하고 공개적인 선언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안한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글 전문 하단 첨부)란 글을 올려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혼란도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에 그 근원이 있다"면서 "이 사업이 한반도대운하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소위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고 "지난 봄 매일 밤 서울 거리를 메운 촛불시위대를 분노하게 만든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온갖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어지러운 널뛰기를 계속해 온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가 없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과연 누구였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정부에 대한 믿음의 상실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민의 의혹을 사가면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부양책을 내놓는 속내가 대운하사업에 대한 미련에 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여권 인사들은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운하의 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고 경제가 어려워져 부양이 필요한 틈을 타또 다시 불씨를 붙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순한 의도 때문에 부양책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많은 터에 대운하 얘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운하라는 세 글자만 보아도 짜증을 낸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운하사업이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이고 황당무계한 계획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대운하의 망령에 사로잡힌 사람들만이 그 진실을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 국민은 이제나 저제나 하고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선언을) 고대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말로 적당히 꾸며대는 전략으로 국민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자칫하면 경제위기의 수습이 시급한 터에 대운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적전분열의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안 한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 생각해 저지른 실수가 사실은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고 또 저질러도 도대체 배우는 게 없는 답답한 사람도 많다. 최근 정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답답한 사람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실정을 거듭하면서도 전혀 배우는 게 없는 듯한 모습이 우리를 안타깝게 만든다.

지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소위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봄 매일 밤 서울 거리를 메운 촛불시위대를 분노하게 만든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온갖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어지러운 널뛰기를 계속해 온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가 없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이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정부에 대한 믿음의 상실을 찾아볼 수 있다. 쇠고기협정 문제만 해도 초기단계에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밝히고 이해를 구했더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을 왜곡하고 구구한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국민의 믿음을 잃어버렸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급기야는 사실 그대로 말해도 믿지 않는 총체적 불신의 상황을 불러오게 되었다.

시장이 극도의 혼란상을 보여온 궁극적 이유도 정부에 대한 믿음의 상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정책은 시장의 불신을 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환율 문제가 그 대표적 사례지만, 몇 달이 안 돼 태도가 정반대로 바뀐다면 누가 정부의 말을 믿으려 들겠는가? 그러니까 시장을 달래도 위협해도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무기력의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총체적 위기의 수습방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믿음의 회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은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믿음이 실종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깃발을 들어 올려도 아무도 이를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회복 없이는 국민이 한 마음으로 뭉쳐 위기 극복에 나서도록 만들 수 없다.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혼란도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에 그 근원이 있다. 이 사업이 한반도대운하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왜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느냐고 답답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선뜻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운하는 하지 않는다."라는 한 마디 말만 분명하게 하면 된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논란은 바로 잠잠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한 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말을 하지 않아 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한 마디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국민에게 믿어달라고 애걸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부 관계자가 고작 한다는 말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라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인지 모르겠다. 두부를 자르듯 분명하게 말해도 믿을 둥 말 둥한 상황에서 그런 선문답 투의 말로 설득하려 드는 만용에 어이가 없어진다. 어느 바보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려 할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해 그렇게 말을 흐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명확한 목적의식에서 의도적으로 말을 흐리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목적이 무엇이라는 것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기회를 봐서 대운하 얘기를 다시 꺼내겠다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사업의 전초단계가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한들 그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 어떤 방법으로든 부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토목공사가 부양책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좀더 참신한 방법으로 부양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예컨대 교육, 사회복지, 연구개발, 정보화 사업 등을 통해 부양효과도 내면서 삶의 질 향상도 꾀할 수 있는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 토목공사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케케묵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발상의 전환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의혹을 사가면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부양책을 내놓는 속내가 대운하사업에 대한 미련에 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한 사실이다. 여권 인사들은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운하의 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경제가 어려워져 부양이 필요한 틈을 타또 다시 불씨를 붙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순한 의도 때문에 부양책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는데, 정말로 민심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얼마나 더 명백하게 국민이 반대 의사를 밝혀야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게 될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런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후일의 역사는 그들에게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공연히 의심 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격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배나무 가지를 늘어뜨려 배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형국이다. 대운하사업에 총 1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터에, 무려 14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4대강 정비사업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누가 말리지 않고 놓아두면 배 따는 것은 시간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많은 터에 대운하 얘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운하라는 세 글자만 보아도 짜증을 낸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운하사업이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이고 황당무계한 계획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대운하의 망령에 사로잡힌 사람들만이 그 진실을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이 소모적인 논란이 오래 가면 갈수록 정부에 대한 믿음은 한층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한시라도 빨리 믿음을 회복해야 할 터에 그나마 남아있는 믿음마저 깎아먹는 일을 일삼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의 쓰라린 경험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다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개탄스럽다. 정부의 그런 어리석음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운하는 하지 않는다."라는 분명한 말이 있어야 이 혼란이 수습될 수 있다. 국민은 이제나 저제나 하고 그 말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말로 적당히 꾸며대는 전략으로 국민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자칫하면 경제위기의 수습이 시급한 터에 대운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적전분열의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