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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뿔났다…“체험학습 허락 교사 징계 철회”

강산21 2008. 12. 13. 18:35

학부모들 뿔났다…“체험학습 허락 교사 징계 철회”
대책위 꾸려 탄원서·1인시위 등 복직 운동 벌이기로
하니Only  허재현 기자
» 지난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교사 설은주씨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해 중징계가 내려진 교사들을 위해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 발 벗고 나섰다. 시민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구제운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교사 중징계 사건은 ‘학교 대 교사간 갈등’에서 ‘학교 대 학부모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중징계가 내려진 교사가 소속된 학교의 학부모들은 각각 모임을 열어 대책회의를 열었다. 가장 구체적으로 학부모 행동 방침이 나온 곳은 해임된 설은주(28) 교사가 근무하는 서울 유현초등학교다. 유현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을 포함한 학부모 10여명은 학교에 모여 “설 교사의 징계는 부당하다”며 “복직을 위해 각 학급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탄원서 작성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학교 앞에서 15일부터 ‘학부모 1인 시위’를 시작하며 다음 주 초까지 ‘어머니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교사 해임에 반대하는 유현 초등학교 학부모 대책위(가칭)’ 설립 여부를 논하기로 했다.

유현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참석한 심춘화(46·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씨는 “징계가 부당할 뿐 아니라 1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온 선생을 아이들과 분리시키는 것은 진정 학생들을 위한 처사가 아니다”며 “파면과 해임 결정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길동초등학교의 학부모 20여명도 이날 학교에 모여 다음 주중 교장 면담을 추진하고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서울 선사초등학교와 거원초등학교에서도 일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탄원서 등을 받는 등 ‘교사 징계 철회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들 7개 학교의 학부모 모임은 조만간 연대 기구를 만들어 공동 대응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12일 성명을 발표해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교사 중징계 결정을 비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평등교육실현 전국학부모회와 범국민교육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이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은 것은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의 요구에 근거한 것”이라며 “부당한 징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12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중징계 철회’를 위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박진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전교조를 압박하기 위한 명백한 보복 징계다. 행정 소송에 들어가는 등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12월 11일부터 ‘일제고사 거부한 교사 7명의 파면, 해임을 철회하세요.’라는 제목의 누리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허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