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과거사위 통폐합, 예산절감 효과 거의 없다"

강산21 2008. 11. 22. 19:51

김희수 전북대 법대 교수, 신지호 의원 공개 비판
  
▲ 김희수 전 의문사진상규명위 상임위원. 김희수 전 의문사진상규명위 상임위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14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 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한 가운데, 2003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희수 전북대 법대 교수가 법안 발의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희수 교수는 20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업무성격이 중복돼 통폐합해야 한다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의견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친일 반민족행위, 한국전후 민간인학살, 군의문사위 등의 활동이 전혀 중복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신지호 의원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법안' 1조에 의문사라는 단어가 들어 있으니까 통폐합해도 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한심스러운 수준"이라며 "항일독립운동과 한국전쟁 전의 민간인희생사건, 권위주의 시대 인권침해 행위로 나뉘어진 조사대상 중 의문사에 대해서만 조사하도록 한 법 취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신지호 의원은 '진실화해위'에서 군 의문사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실제 군의문사 사건이 진실화해위로 접수되면 전부 각하되거나 군의문사위원회로 이관됐다"고 전했다. 신 의원의 발언은 사실관계에 대한 명백한 확인 작업 없이 나온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신지호 의원이 과거사 관련 위원회 활동의 예산낭비를 지적한 점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갈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군의문사위원회를 통합한다면 최소한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4명 정도 포함돼야 하는데, 현재 있는 군의문사위원회 위원이 모두 7명이기 때문에 결국 2명 몫을 줄이기 위해 위원회를 폐지한다는 것은 '실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희수 교수는 "예산절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군의문사위원회는 군대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는 기회가 됐는데 이마저 통폐합되면 유가족들은 또 한번 군대와 국방부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지호 의원의 법안발의에는 정치적 노림수?

특히 김 교수는 "군의문사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위원들이 필요한 기구"라며 "이걸 새롭게 구성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이자 돈낭비"라고 지적했다. 각 위원회별로 초기 조직 구성 당시 대개 6개월~1년 정도 '감 잡는 일'을 하느라 일의 속도가 진전되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신지호 의원이 낸 법안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섞여있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한편, 신지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안에 설치·운영 중인 각종 과거사위원회의 기능이 유사하고 중복되는 점이 많아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를 포함해 활동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13개 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한 곳으로 통합하고 군 의문사위원회와 친일반민족 진상위원회, 친일재산조사위원회, 10·27법난조사위원회 등 4개 과거사 조사위원회는 기한까지만 존속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4개 과거사위를 진실화해위로 통합하면 현재 12명 가량 있는 장차관 고위직급을 4명으로 줄여 국민의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2008년 예산 기준으로 437억원에 이르는 인건비 등 경비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법안에는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정옥임·황진하 의원 등 한나라당 원내 주요당직자 14명이 발의에 동의했다.

 
2008.11.21 14:18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