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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윤 교수,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사람이 지옥 갈 거다”

강산21 2008. 11. 6. 10:35

김세윤 교수,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사람이 지옥 갈 거다”
한국 교회 교인들의 ‘율법적이고 근본주의적 사고방식’ 지적
2008년 11월 04일 (화) 13:32:40 [조회수 : 556] 박지호 ( simpro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지옥 갈 가능성이 더 많다’고 써라, 김세윤 교수가 그러더라고.” 한국 교회 교인들에게 만연한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속설에 대한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의 일갈이다.

 

바울 신학의 세계적인 거장인 김세윤 교수는 과연 ‘자살 = 지옥 설’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까.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김세윤 교수는 이 문제를 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겼다. 대신 왜곡된 잣대로 피해자와 유가족을 난도질하는 몰상식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김 교수와의 짧은 인터뷰는 11월 3일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 김세윤 교수.  
 
“자살하는 사람들의 불쌍하고 가련한 사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단정지어버린다. 경제적 빈곤, 신체적 장애, 정신적 우울증 등으로 절망이 만연한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자살한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필요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지옥 운운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차원의 살인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옥 논쟁으로 치자면, 오히려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옥 갈 가능성이 높다. 자살한 사람은 자기 목숨만 끊었지만,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떠드는 사람은 훨씬 많은 사람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 제2, 제3의 살인을 저지르는 꼴이다. ‘자살한 사람보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지옥 갈 가능성이 더 많다’고 써라. 김세윤 박사가 그러더라고.”

 

“불의한 권력으로 수많은 사람 죽이는 건 칭송하면서”

 

김 교수는 죄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이중적인 잣대도 비판했다. “형제를 등쳐먹고,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고, 총칼로 사람을 죽이고, 사악한 경제 구조로 빈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 스스로 자기 목숨 끊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짓이다. 불의한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널렸다. 그런 사람에겐 빌붙어 칭송하면서, 경제적·정신적·육체적 빈곤을 못 이겨 자기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불쌍한 사람은 지옥 간다고 비난한다.”

 

김 교수는 “지옥 논쟁은 율법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기 치고, 도둑질하고, 거짓말하면 괜찮고, 자살하면 지옥 가냐”고 물으며, “예수님은 형제를 미워하는 것을 죄라고 규정했다. 지옥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모든 죄에 적용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문자에 집착하느라 본질을 놓쳐버렸다며, 죄의 본질에 대해서, 하나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심판은 하나님의 몫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오만해서 하나님 노릇까지 하려고 든다. 누구는 지옥 가고 누구는 천국 간다고 인간이 규정할 수 없는 거다.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고, 용서하시고, 치유하시는 자비로운 분이라는 사실이다. 염라대왕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살하면 자신의 죄를 회개할 겨를도 없으니 결국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는 엉터리 복음이 선포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회개마저 일종의 공로로 여기고 있다”며, 은혜의 복음을 공로 신학으로 둔갑시킨 한국 교회의 토양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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