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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직원들 “권력에 줄댄 인사 도려내야” 요구 파장

강산21 2008. 10. 21. 10:08

감사원 직원들 “권력에 줄댄 인사 도려내야” 요구 파장
6급이하 모임...내부전산망에 “어쩌다 감사원이 이지경까지...”
입력 :2008-10-21 07:52:00   안재현 기자
[데일리서프 안재현 기자] 감사원 일반 직원들이 KBS와 공기업 감사, 쌀 직불금 감사 등을 ‘권력 굴종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권력에 줄댄’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6급 이하 직원 400여명으로 구성된 감사원 실무자협의회는 20일 오전 감사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란 제목의 글에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쌀소득 보전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낸 이번 감사는 역시 감사원이라는 국민의 칭송을 받아야 마땅했다”며 “하지만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등 투명하지 못한 감사 처리로 감사원이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난과 질타에 직면하게 됐다”며 쌀 직불금 파문과 관련된 감사원의 처리과정을 비판했다.

협의회는 또 “이미 감사원에서 조사 종결한 감사사항에 대해 대상기관인 행정안전부 등에서 추가로 조사한다는 보도까지 들려오고 있다”며 “정말 얼굴 붉어지는 치욕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벌인 공기업 감사와 한국방송 감사 등 감사원이 취한 일련의 행보에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에는 약한 감사원’, ‘영혼 없는 감사원’이란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때마다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며 “이미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협의회는 이어 “감사원이 지켜야 할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오로지 국민 편에서 국민만을 바라봐야 할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잘못된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감사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부당한 외압이 들어오면 버팀목이 돼야 할 간부들이 침묵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에 줄을 대거나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과거 조선시대 삼사의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국민의 편에서 때로는 대통령과 권력에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