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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YTN 사태 생중계 못한다'는 경영진과 노조원들 설전

강산21 2008. 10. 9. 10:48

"왜 국감 생중계가 '누워서 침뱉기'냐"
징계 부당성 말하다 눈물 바다 되기도 
[현장] 'YTN 사태 생중계 못한다'는 경영진과 노조원들 설전
 
    이경태 (sneercool)  권우성 (kws21) 
 
 
 
 

 
  
▲ 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보도국에서 한 노조원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여 있던 보도국 간부들에게 'YTN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며 호소하자 듣고 있던 노조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YTN사태 
 
 


 
  
▲ 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보도국 회의실에서 간부들이 회의를 하는 도중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들어와서, 9일 오후 YTN사태를 다루는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YTN사태
 
 

 

 

[ 2신 : 8일 오후 6시]

 

"YTN 사태, 그렇게 뉴스 가치가 없습니까"

 

"내일(9일) 국정감사 생중계 안하신다는 것 맞습니까? '누워서 침뱉기'라서 안하시는 것 맞습니까?"
 
8일 오후 2시 30분 YTN 본사 17층 보도국 회의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의 질책이 시작됐다. 9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의 국정감사에는 구본홍 YTN 사장과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하지만 YTN은 이날 콘텐츠 리스트 회의에서 9일 열리는 문방위 국감을 생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아직까지 올해 국감을 생중계한 적은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9일 국감은 생중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년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편성을 바꾸어 생중계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질책에도 이홍렬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15명의 보도국 간부들의 말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일부 간부들은 눈을 지그시 감았고, 일부는 시선을 바닥에 떨구었다.
 
노 위원장의 질책은 계속됐다.
 
"YTN 사태가 그렇게 뉴스 가치가 없습니까? 아니면 단지 사내 사안이기 때문에 생중계를 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다면 편성까지 바꾸면서, 담당PD를 끌어내리면서까지 강행한 랜덱스 생중계는 뭡니까. YTN 중계차 없습니까? 공식 요구합니다. 내일 생중계 결정해 주십시오. 국감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인사청문회의 경우 올해 몇차례 생방송을 했습니다. 아직까지 올해 국감에서 생방송을 한 적은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9일 국감은 생중계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여분의 질책 끝에 이 국장 대행이 국정감사 생중계 불방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미 밝혔던 바와 같이 국감 생중계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근거는 회사의 이익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최근 사례들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노조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원들은 "무엇이 회사의 이익이냐, 구본홍씨의 명예를 생각한 것 아니냐" "회사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 것이냐,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버려서 되겠냐"고 자신들의 '선배'들을 꾸짖었다.
 
"YTN 국감 생중계가 왜 '누워서 침뱉기'냐, 후배들 징계해 놓고 두렵나"
 
노 위원장은 "선배들은 사장이 누가 되든 우리가 잘 하면 된다고 했지만 구본홍씨가 사장이 된 직후부터 YTN 뉴스는 한계점에 달할 만큼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본홍씨가 용역깡패를 동원한 주총에서 30초 만에 선임될 때 공정성을 위해 노조 입장 한 줄만 넣자고 그렇게 난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구본홍 내정자, 주총에서 YTN사장 선임' 한 줄 나갔습니다. 민주당에서 구본홍씨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리포트를 냈을 때, 선배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름을 빼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구본홍씨 증인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공정보도라고 보십니까?"
 
정치부 조승호 기자는 "국장 대행께서 과거 사례를 검토하셨다고 하는데 분명 2004년, 2005년까지 국감 생중계 해왔다"며 "분명 보고할 땐 2007년에는 대선이 바로 앞이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국감을 생중계하지 못했던 것은 2006년 밖에 없다"고 이 국장 대행의 설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다른 '후배'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편집팀 임승환 기자는 "왜 내일 국감 생중계가 '누워서 침뱉기'냐, 그 침이 깨끗하면 맞아도 상관 없다"며 "후배들 징계해놓고 두려운가, 논리적으로 설득해 봐라"고 비판했다. 경제부 지순환 기자는 "왜 아무도 잘못했다고 말 못하나, 이 감정골을 어떻게 메울 생각이냐"며 "차라리 여기 있는 사람 다 징계 하고 선배들끼리 새로운 사람 뽑아서 방송하시라"고 말했다.
 
뉴스편집팀의 김정현 기자는 "15년 동안 기자들이 지켜온 YTN을 지켜달라"며 선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기자정신을 강조하던, 휴머니티를 강조하던 선배들은 어디 가셨나? 알 권리보다 회사 이익이 더 중요한 것인가. 그 회사 이익이 아니라 구본홍씨의 명예 때문 아닌가. 이런 회사라면 저 YTN 그만두겠다. 잘라 달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1시간 가까이 질책과 호소가 이어졌지만 9일 국정감사 생중계 건에 대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 국장 대행은 끝까지 노조의 요구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후배들의 질책은 지난 6일 벌어진 집단 징계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노 위원장은 "지난 96년 MBC 노조위원장이었던 최문순 의원이 50일 파업을 주도해 해고당했다, 그 때 MBC 부장 이하 사원들이 최 의원의 복직을 위해 사표를 던졌다"며 "파업도 하지 않았는데 후배 6명이 목이 달아났는데 선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사익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면서 대표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의 제작 기자들 2명을 해고해 불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겠냐"며 "당장 임장혁, 정유신 기자를 복귀 시켜라"고 요구했다.
 
 
  
▲ 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보도국 회의실에서 보도국 간부들이 회의를 하는 가운데 왕선택 기자가 '돌발영상'을 최초로 만들었던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해고자들을 거론하며 '이 사람들 덕분에 YTN이 이만큼 성장했는데 어떻게 해고시킬 수 있느냐'며 회사의 조치를 성토하고 있다. 
ⓒ 권우성  YTN사태
 
 


특히 정치부 왕선택 기자는 노종면 위원장을 포함한 해고자들을 가리키며 "애들을 잘라서는 안 된다, 애들 때문에 YTN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며 눈물로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입사할 때 책상 제가 다 나르고 쓸고 닦고 했어요. 그 때 몇 명으로 우리 일했나요. 저 짐승같이 일했습니다. 노종면, 얘 내가 YTN 좋다고 꼭 오라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얘가 <돌발영상>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YTN 가치 500억 이상 올렸잖아요. 애들 덕분에 나 잘 먹고 잘 살게 됐어요. 장관 앞에서 큰 소리도 칠 수 있어요. 애들 같이 일할 수 있게 해야죠. 어떻게 이렇게 이 사람들을... 선배 움직이셔야 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
 
노조원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일부 노조원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간부는 왕 기자가 발언하는 동안 양복 상의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다 결국 회의장을 떠났다. 이 국장 대행은 왕 기자의 발언을 다 들은 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 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보도국에서 한 노조원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여 있던 보도국 간부들에게 'YTN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며 호소하자 듣고 있던 노조원들뿐만이 아니라 한 간부도 옷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YTN사태
 
 
 
 

(출처 : "왜 국감 생중계가 "누워서 침뱉기"냐"<BR>징계 부당성 말하다 눈물 바다 되기도   - 오마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