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광고중단운동' 피해업체 "공개 해? 말아?"

강산21 2008. 9. 17. 11:01

<`광고중단운동' 피해업체 "공개 해? 말아?">

네티즌 "공개하라" vs 檢 "2차 피해 명약관화" 반대
법원 "전례없어" 고심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백나리 기자 =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들이 이 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팽팽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기소된 네티즌들은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피해자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2차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태여서 실명을 밝힐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17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16명의 네티즌들은 최근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에 피해 업체들의 실명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열리는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재판부와 검찰 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네티즌들을 기소하면서 9개 업체가 광고중단 운동으로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면서도 2차 피해를 우려해 공소장에서 이들 업체의 이름을 'OO산업' 등으로 익명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는데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판받게 되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피해 업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재판 자체도 성립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도 "절대 이들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어렵게 응해 피해자 진술을 할 때에도 행여나 이름이 새나갈까 전전긍긍할 정도로 2차 피해를 두려워했고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들에게 철저한 보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업체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엉뚱한 여행사가 네티즌들로부터 고소장을 낸 업체로 지목돼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막심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또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포털 '다음'의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은 비영리 법인화를 추진하며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재판부나 피고인들에게 피해 업체 명단을 밝힐 경우 이들의 이름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전파될 것이 뻔해 검찰로선 절대 이들의 실명을 밝힐 수 없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피해 업체의 이름이 공개됐을 때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이들 업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판에서도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으로서도 이런 사건의 전례가 없어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성폭행이나 조직폭력 관련 사건이야 피해자 이름이 익명 처리된 경우가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일반인이 행한 업무방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숨겨진 전례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다른 점이 있다면, 피해자들이 피고인들과 같은 편에 서 있는 익명의 대중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무방해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어떤 영업 손실을 봤는지는 피고인 측에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법원 관계자는 "만약 사건의 피해자가 특정이 안된다면 피고인들이 증거를 모두 부동의할 것이고 그러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이 경우에도 증인 신문을 어떻게 할 지 등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전례도 딱히 없고 피고인과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