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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불과 2주 전에 "산은, 리먼 인수하라" 권유

강산21 2008. 9. 16. 16:24

<조선> 불과 2주 전에 "산은, 리먼 인수하라" 권유

기사입력

2008-09-16 12:11 

 

<매경>ㆍ<한경> 등 경제지는 '오락가락' 논조

 [프레시안 채은하/기자]

   미국내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기 2주 전 <조선일보>가 산업은행에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를 촉구하는 칼럼을 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이미 리먼의 부실자산이 3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에서 산은의 위험한 도박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지배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민영화시킨 뒤 세계적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따라 리먼 증권 서울지점 대표인 민유성 씨가 신임 산은 총재로 임명된 뒤, 산은은 리먼 인수를 추진했었다.
  
  자력으로는 '글로벌 IB'가 되기 힘든 산은은 부실자산으로 휘청이고 있지만 158년 역사를 가진 미국 내 4위 투자은행인 리먼을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욕심에서 추진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HSBC, 일본 미쯔비시 등 선진국 금융기관들도 모두 리먼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리먼의 부실은 심각한 문제였다. 산은이 독자적인 인수가 힘들다고 보이자 국내 파트너로 한때 언급됐던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도 모두 공동인수설을 부인했다.
  
  이런 국내외 경고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리먼 인수에 계속 욕심을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10일 결국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리먼이 파산 신청을 하기 4일 전이었다.
  
  "리먼 인수하면 한미간 '금융 고속도로' 생긴다"?
  
▲ <조선일보>의 8월 27일자 조선데스크 칼럼ⓒ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김기훈 경제부 차장대우가 쓴 '조선데스크' 칼럼 "월스트리트 울리고 웃긴 산은"에서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여부가 뉴욕 월스트리트의 주가를 크게 움직이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음을 지적하면서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한국 금융계의 성장의 잣대인 것처럼 평가했다.
  
  김기훈 차장 대우는 "리먼 인수는 위험과 기회가 팽팽한 초대형 빅딜이다. 인수 후 숨겨진 부실을 떨기 위해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고 한국계 은행으로 이미지가 각인되면 미국계 고객과 직원이 이탈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전리품은 엄청나다"라며 '인수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면서 "그러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눈높이가 일제히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말로만 외치던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메릴린치·리먼과 같은 초대형 빅딜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투자자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며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 "산은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철저한 손익 계산 위에서"에서도 산은의 리먼 인수의 찬반론을 제시하면서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라면서 "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라고 적극적으로 인수를 권했다.
  
  <매경> "리먼 인수 해볼만 하다"?
  
  <매일경제> 등의 경제지도 산업은행에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를 권했던 것은 마찬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후퇴하기는 했지만 <매일경제> 전병준 금융부장은 29일자 데스크칼럼 "리먼 인수 해볼 만하다"에서 <조선일보>와 거의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매우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지만 기자는 인수에 찬성하는 쪽"이라며 "이런 기회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금융의 글로벌화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다" 등의 주장을 폈다.
  
  그는 '투자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등의 반대론에 대해선 "미래의 성장동력을 금융에서 찾겠다면 이런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라며 "역사적으로 운명을 건 결단없이 선진체제를 따라잡은 예는 없다"고 했다.
  
▲ <매일경제> 8월 29일자 데스크칼럼ⓒ매일경제
  
  

  이후 <매일경제>는 다소 애매한 입장으로 후퇴한다. <매일경제>는 지난 2일엔 "지금이 리먼 인수 거론할 때인가"이라는 사설을 내 인수 시점의 문제, 인수 자금의 문제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만의 단독 인수보다는 앵글로 색슨 계통의 합작 파트너를 물색해 공동 인수에 나서는 방법을 모색해 볼 것"을 권했다.
  
  <한국경제>는 3일에는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의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리먼' 인수로 얻는 것들"라는 시론을 냈다가 9일에는 정규재 논설위원의 "산업은행의 묻지마 투자"라는 칼럼에서 산업은행의 인수설을 맹비판하는 등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채은하/기자 (bluesky@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