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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안 취했고, 심한 말싸움 없었다"

강산21 2008. 9. 10. 10:44

"가해자 안 취했고, 심한 말싸움 없었다"

촛불시민 3명 조계사서 '테러' 당해... 1명은 생명 위독 상태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가 사건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촛불시민피습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촛불시민피습

 
[2신: 9일 오후 1시 30분]
 
피해자·목격자 기자회견... "테러라고 소리쳤는데 경찰 안 움직였다"
 
"쓰러지면서 우정국 공원 계단 위에 앉아있는 사복 경찰들을 향해 '테러 당한다'고 소리쳤지만 문아무개씨가 흉기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가해자는 우정국 계단을 뛰어내려가 안국동 사거리까지 도주했다."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인근 우정국 공원 앞. 이날 새벽 박아무개(38)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국립의료원에 입원했던 김아무개(38)씨는 경찰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흉기에 뒤통수를 맞고 무려 30바늘이나 꿰맨 김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퇴원한 뒤 곧장 조계사로 왔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등 새벽에 벌어진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피습 과정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가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의혹 제기... "뉴라이트 바로알기 운동한 이들만 피습"
 
김씨는 "오늘 오전 언론은 경찰의 말만 듣고 '가해자가 심한 말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썼지만,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심한 말다툼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대화하지 않겠다, 가시라'고 몇 차례나 권했고 배웅까지 했다"며 "그런데 가해자가 불과 2~3분 만에 흉기를 들고 우정국 공원 정문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날 새벽 함께 있었던 이주형(20)씨는 "가해자가 흉기를 챙겨 몇 분 만에 돌아온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평소 조계사 뒷길과 안국동 사거리, 조계사 입구 쪽에 각각 2~3명의 사복 경찰들이 배치돼 있는데 한손에 흉기를 2개나 든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 김홍일(53)씨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도주하는 가해자를 쫓아갔다 돌아올 즈음에도 경찰은 피해자들이 쓰러진 쪽으로 오지 않고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기만 했다"며 "감식반에게 현장 보존을 강력히 요청했는데도 강제로 현장을 치웠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당시 현장에 나를 비롯 다른 시민들이 2명 더 있었는데 그 동안 명동거리에서 뉴라이트 바로알기 운동을 했던 이들만 피습한 것도 이상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경찰의 확실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서 가기 전에 기자회견부터 연 까닭
 
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안티MB카페 회원 '너럭바우' 배성곤(46)씨는 "종로경찰서에서 피해자진술을 받기 전 김씨에게 '기자가 많으니 피해서 와라, 조용히 조사받고 가도록 하자'고 전화했다"며 "경찰의 이런 태도를 믿을 수 없어 피해자 진술조사 이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회견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피습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치워버린 것과 조계사 앞에 전경버스와 전경들을 동원해 현장 접근을 막았던 것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제공한 이유 중 하나. 배씨는 이 과정을 설명하며 "경찰은 백색테러에 대해 조사를 철저히 해 명백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조사도 이 우정국 공원에서 받겠다"고 말했다.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현장에 피 묻은 깔개와 신문지, 수건 등이 남아 있다.
ⓒ 권우성
촛불시민피습
 

[1신: 9일 오전 10시]

 

촛불시민 3명 조계사서 '테러' 당해... 1명은 생명 위독

 

  
9일 새벽 2시 조계사 인근에서 30대 남성의 흉기에 다친 안티MB카페 회원 윤아무개(31)씨
ⓒ 이경태
촛불

"'두고 보자'고 뛰쳐나간 지 1분도 안 돼서 흉기를 들고 쫓아왔다. 발로 찬 뒤 도망치려 했는데 흉기가 번뜩였다."

 

9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을지로 백병원 응급실. 이날 새벽 2시 조계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박아무개(38)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은 안티이명박카페 회원 3명 가운데 하나인 윤아무개(31)씨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당시 끔찍한 상황을 증명하듯, 윤씨의 양말과 바지 곳곳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얼굴도 반 이상 붕대로 감겨 있었다.

 

흉기는 윤씨의 왼쪽 눈썹 1㎝를 긋고 지나갔다. 조금만 아래로 흉기가 향했다면 윤씨는 다시 빛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다. 윤씨는 사건 당시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됐고, 진단 결과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2개가 끊어져 곧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윤씨는 "새벽 1시가 좀 넘어 조계사 인근 공원에서 카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해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고 말했다, 가해자에게선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윤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이들에게 "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 한우가 검역체계 미비로 더 안전하지 못하다"며 "30년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가해자와 언쟁이 심하게 붙으면서 자리를 먼저 피했다"며 "언성이 높아지고 욕설도 간간히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윤씨를 비롯한 카페 회원들은 더는 가해자와 언쟁을 원하지 않았다. 윤씨는 "내가 먼저 '당신과 대화 나누기 싫다'며 일어섰다, 그런데 가해자가 '두고 보자'고 말한 지 1분도 안 돼서 흉기를 들고 쫓아와 우리에게 휘둘렀다"고 말했다.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촛불시민피습

이날 병원에는 윤씨 곁에는 윤씨의 가족과 함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카페 회원 4명이 함께 있었다.

 

카페 회원들은 입을 모아 "가해자가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는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페 회원 유아무개(45)씨는 "흉기에 맞은 사람들은 지난 8월 30일부터 '뉴라이트 바로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던 이들"이라며 "그 전에도 시비를 걸던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정문과 후문에 배치된 사복경찰이 100명에 가깝다, 평소엔 차량번호 조회까지 철저히 하는 이들인데 흉기를 2개나 챙겨가지고 피해자들을 쫓아가는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해자 박씨는 윤씨뿐만 아니라 문아무개(39)씨와 김아무개(38)씨 등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이마를 찔린 문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마에 꽂힌 흉기가 5㎝ 정도 깊게 박혀 이를 빼내면 뇌수까지 터지는 등 상당히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국립의료원에 입원했다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가해자 박씨는 이날 시민 세 명을 찌르고 도망치다 조계사 인근을 순찰하던 종로서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종로경찰서는 현재 박씨의 범행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늘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9일 새벽 2시경 조계사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다친 안티MB카페 회원 윤씨의 양말과 바지에는 곳곳에 피가 튀어있었다.
ⓒ 이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