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널뉴스 기사

천주교의 철문안에 갇혀버린 '네티즌의 바램'

강산21 2008. 8. 27. 11:05

천주교의 철문안에 갇혀버린 '네티즌의 바램'

네티즌탄압에 대한 천주교의 관심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네티즌


커널뉴스 임은성 기자

등록일: 2008-08-27 오전 3:21:51


 
▲ 단식하는 네티즌들은 격려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아 둔 촛불길 - 철문너머 단식하는 네티즌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 커널뉴스 박승호 기자

지난 24일 명동성당에서는 촛불을 든 시민 200여 명이 있었다. 그 명동성당 한쪽에 있는 천주교 교구청 입구에서 촛불 시민 네티즌 구속에 항의해서 단식을 하는 5명의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밤이면 쌀쌀해지는 날씨에 그들은 왜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단식을 하고 있을까? 들어오는 길 양쪽에는 촛불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이 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교구청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건너편에 단식하는 시민들이 앉아 있었다. 굳게 닫힌 철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철문에는 ‘촛불 시민 구속자 석방을 위한 단식 2일째’라는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촛불이 놓여 있었다. 건전지로 된 촛불이었다.

그들은 박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 한 명과 남자 네티즌 2명, 여자 네티즌 2명이었다. 그중에 여자 두분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고 밝혔고, 여자분 중 한 분은 70대의 고령의 할머니이셨다. 할머니는 천주교신자가 되신지 60년이나 되셨다고 하셨다. 또 다른 40대 여자분도 33년이 된 신자라고 밝혔다.

한편, 26일 현재 천주교 교구청에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한소정 카페지기와 무송스님이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음은 단식하는 네티즌과의 일문일답.


 
ⓒ 커널뉴스 박승호 기자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천주교 내 압력으로 어려운 처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항간에는 우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님의 이번 인사이동에 반발해 단식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그것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네티즌을 탄압하는 것에 천주교 교회 차원이 대처가 없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님에게 지난주 면담을 요청했고 접수가 된 것까지 확인했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고 무시로 답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 구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전혀 말이 안되는 얘기이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카페 회원 2명이 단지 카페를 만들었다고 글을 올렸다고 구속이 되었다. 어느 법적 잣대를 쓰는가? 왜 업무방해죄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촛불문화제 도중 탑골공원 근처에서 뺑소니로 8명이나 친 사람은 불구속 기소되었다고 한다. 정말 이해가 불가능하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 지금 언론 종교 정치 모두 지적해줘야 한다. 정말 잘못 하고 있다.

계획하고 온 것인가요?

- 계획되어 있었다. KBS 앞에서 촛불을 들던 시민 몇 명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오게 되었다.

언제부터 시작 하신 건가요?

- 23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하였다.

언제까지 하실 계획이신가요?

- 우리의 요구가 받아질 때까지 무한정 할 계획이다.

인원은 계속 이렇게 진행을 하실것인지?

- 5명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으나 일단은 5명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는 직장이기에 이곳이 아닌 직장에서 참여할 것 같다. 뜻이 있는 시민들의 참여 해주었으면 좋겠다. 상황을 봐서 교체할 분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분들은 ”단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촛불을 들고 가투를 하는 것만이 시민행동이 아니다. 단식도 하나의 행동이다.

 
ⓒ 커널뉴스 박승호 기자
천주교 신자라고 하셨는데 왜 단식을 하게 되셨나요?

- 네티즌이 25명이나 구속될 때까지 천주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예전의 천주교는 민주화 투쟁에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가? 구속자 석방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천주교의 행태에 화가 났다. 그것은 천주교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사제들은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사제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냉소에 찬 표정과 불쾌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지금 명동성당에서 촛불을 들고 민주화를 외치는 민초들과 성직자 중 누구를 더 존경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성직자 다운지 묻고 싶다.

단식에 대해 신부님들 중 공식적으로 지지의 입장을 밝히신 분이 있는가?

-전혀 없었다.

천주교에서 공식적으로 나갈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 나가지 않을것이다.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면담이 있기 전에는 단식을 풀지 않을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보낸 서한에 공식적인 답변이 없었다.

인터뷰 중간에 많은 시민들이 격려를 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힘내세요” 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거나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촛불 다방에서는 돗자리와 물을 제공하기도 하였고 의료지원이 와서 건강에 대해 묻기도 했다. 그들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이외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담요 한 장, 우비, 물, 초만 가지고 왔는데 시민들이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 들어올 때 이곳의 반응은 어떠하였는가?

- 교구청은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이다 외부인은 들어오지 말라며 강한 저항을 했다. 짐조차 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곳은 천주교인이라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환대도 없었다. 비무장인 우리가 와서 몸싸움을 해야 하는가? 들어오자마자 철문을 닫아놓고 자물쇠로 잠가놓았다 (그전에는 철문을 닫아 놓지도 잠가 놓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제들이 방패에 찍히고 군홧발에 밟히고 길거리에서 촛불을 켜고 노숙을 한다면 신자들은 온몸을 던져 지킬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신부님들 눈엣가시이다. 누가 누굴 지도하려 하는가? 며 격한 음성으로 말했다.

조용히 계시던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한승수만 좋아해서 그래. 우린 한승수가 아니잖아” 옆에 있던 남자분도 옆에서 “정진석 추기경은 두 귀중에 한 귀만 열어놓았는가?”며 씁쓸한 듯 말을 이었다.

 
ⓒ 커널뉴스 박승호 기자
단식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 성직자의 무관심이 가장 힘들다. 추위야 피할 수 있지만.. 경비실 옆에 있는 개가 무섭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개가 있는 곳 근처를 지나가야 하는데 원래는 묶어 놓았던 것을 지금은 풀어놓았다. 그래서 될수있으면 물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웃음) 물을 먹으면 화장실을 가야 하니깐.

조계사에서는 촛불수배자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의 분위기가 섭섭하지는 않으신가요?

- 불교에는 자비가 있고 이곳에는 없는 모양이다. 천주교 쪽에서도 그렇게 해주시기를 촉구한다.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전했다.
“원내 구성을 하면서 민주당도 타협을 했다고 한다.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오히려 8%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을 못 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모르고 있다.”

조용히 계시던 할머니는 탄식하듯 말씀하셨다.
“교회는 추기경의 것도 신부의 것도 아니다. 신자들의 것이고 아버지의 집이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 천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촛불이 더이상 흩어지지 말고 단합됐으면 좋겠다. 시민분들이 비 좀 안 오게 기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도중 농담도 할 만큼 그들은 밝아 보였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서 격려를 건네서 인터뷰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마치 감옥 철장안에 갇혀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천주교와 사회 지도층이 보여주는 냉소, 그리고 지식인들의 현실외면이 교차되면서 시대의 아픈 한 장면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원문보기 : http://www.humanpos.kr/news/article.html?no=1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