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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지도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론

강산21 2008. 8. 26. 10:52

한나라 지도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론

[한겨레] 박희태 대표 "상황수습하려면 책임있는 조처 필요"

이 대통령 "종교문제 관련 국민화합 해쳐선 안된다"

27일로 예정된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규탄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론을 제기했다. 박 대표의 이런 뜻은 청와대에 전달됐으며, 이 대통령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심이 주목된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 청장이 특정 종교에 편향적인 자세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을 수습하려면 어 청장에 대한 책임있는 조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다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표는 또 △어 청장의 사진이 조용기 목사와 함께 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광고지에 실린 사건 △경찰의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 검색 사건 등이 회의에서 거론되자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느냐, 이게 나라에 충성하는 일도 아닌데 왜 쓸 데 없는 일을 해 말썽을 피우느냐"고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송광호 최고위원 등은 "공권력 확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적극 공감을 표시하면서 박 대표의 인책론은 이날 회의에서 '주도적 의견'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내용은 회의에 참석한 김장실, 신재민 문화부 1, 2 차관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청와대는 불교계가 요구하는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에 부정적인 태도였으나, 이날 당의 의견이 전달됨에 따라 '원점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들에게 "신앙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본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민화합에 저해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공직자들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종교문제와 관련해 국민화합을 해치는 언동이나 업무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도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성난 '불심'을 달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불교계는 그동안 △이 대통령의 종교 편향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 △종교차별 금지입법 △조계사 내 수배자 면책 등 네 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27일 서울광장에서 20만 신도가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해 왔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 청장 사퇴론까지 들고 나온 것은 불교계의 조직적인 반발이 심상찮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지난주말부터 어 청장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사실상 이 대통령을 향한 불교계의 분노를 달래려면 '어 청장 해임'이란 고강도 처방이 불가피하다"며 "어 청장을 교체하지 않고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