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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최시중-KBS사장후보 등 ‘밀실모임’ 가졌다

강산21 2008. 8. 22. 15:16

청와대-최시중-KBS사장후보 등 ‘밀실모임’ 가졌다

[데일리서프 인터넷팀] KBS 사장 인선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던 청와대의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대변인이 , 이명박 정부의 막후 언론실세로 꼽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재천 KBS 이사장 등 이른바 4인방이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KBS 전·현직 임원 4명과 만나 새 사장 인선문제를 논의했다고 21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자 신문에서 이같이 전하고 "청와대가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같은 모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정 대통령실장 등이 사실상 대책회의를 갖고 새 사장 후보를 사전에 낙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과 방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실장과 이 대변인, 최 위원장은 일요일인 지난 17일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유 이사장과 김 전 이사 등과 2시간 동안 만나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KBS 새 사장 인선문제를 논의했다는 것.

저녁식사를 겸해 열린 이날 모임 참석자는 이들 외에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전 KBS 이사)과 최동호 육아TV 회장(전 KBS 부사장)이라고 한다.

특히 참석자 가운데 김은구 전 KBS 이사는 유력한 KBS 새 사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는 21일 열린 KBS 이사회가 추린 5명의 후보에도 포함됐다. 이날 만남은 정부 측에서 KBS 전·현직 간부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도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KBS 후임 사장이 중요한 문제이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장은 KBS 사장 후보 제청 및 임명 과정에 아무런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방송법상 KBS 사장 후보 제청권은 KBS 이사회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각각 갖고 있다. 최 위원장이 KBS 사태 등 일련의 방송장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경향신문은 분석했다.

정청길 대통령 비서실장도 "KB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후임 사장을 잘 정해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

참석자들 가운데 한사람은 "김인규 후보 카드가 물 건너가서 후임 사장을 정하는 문제가 급해졌다. 사장을 공정하게 잘 뽑아 MB 업적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또다른 사람은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낙하산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 힘들어졌다. 후임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김은구 전 KBS 이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얘기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유재천 KBS 이사장의 처신도 도마에 오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들과 협의해 독립적인 후보 제청권을 행사해야 할 이사장이 대통령실장 등과 함께 KBS 새 사장 인선 문제를 논의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한 일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이 '권력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이날 임시 회의를 열고 사장 후보자 공모에 지원한 24명에 대한 서류심사를 벌여 김 전 이사와 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 김성호 전 KBSi사장, 안동수 전 KBS 부사장, 심의표 전 KBS비즈니스 감사 등 5명을 후임 사장 후보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는 25일 이들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임명제청하게 된다.

이날 KBS이사회는 사원·노조가 회의장인 KBS 본관 3층 진입을 저지하자 서울 논현동 노보텔앰배서더호텔, 상암동 DMC KBS미디어센터, KBS 본관 6층 회의실로 옮겨가며 회의를 진행하는 등 곡절 끝에 김은구씨 등 KBS 새 사장 후보자 5명을 가려냈다.

KBS이사회는 이날 회의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퇴장해 친여 이사들만 참석했다. 유재천 이사장은 "25일 면접을 거쳐 후보 1인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