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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투혼'이경원 "중국 텃세 솔직히 매우 실망"

강산21 2008. 8. 16. 11:32

<올림픽>'부상투혼'이경원 "중국 텃세 솔직히 매우 실망"

[ 2008-08-16 09:42:42 ]

베이징=CBS 올림픽특별취재단 백길현기자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했다.

지난 15일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복식 결승 경기가 끝난 뒤 베이징공과대학 체육관 공식 기자회견장.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붕대로 꽁꽁 동여매고 분전했지만 중국 두징-주앙조에 패해 은메달에 머무른 이경원-이효정(이상 삼성전자)조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국선수들에게 향한 질문은 바로 '중국텃세' 가 어떠했냐는 질문이었다. 금메달과 동메달을 중국 선수가 싹쓸이 한 까닭에 평소에도 중국인들이 대부분인 공식기자회견장은 타국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중국인들이 한국 선수의 입을 바라보는 가운데 이경원은 당당하게 한마디 한마디를 이어 내려갔다.

이경원은 "중국 선수들은 지금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고 나 역시 이러한 선수들과 같은 시대에 시합하는게 자랑스럽다"며 우선 상대 선수들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직격탄이었다.

"올때부터 완전히 공정할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준결승때 그렇게 까지 서비스 폴트를 잡을 줄 몰랐다. 한두개까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작정하고 들어와서...그렇게 심하게 할줄은 몰랐다. 굉장히 실망했다"라며 "중국에 와서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잘해주셔서 굉장히 좋았는데 대회치르면서 제가 이렇게 당하게 되니 정말 실망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장은 한국 언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공식'이라는 두글자가 달린 무게 탓인지 그간 한국 선수들은 불공평한 판정, 중국의 텃세에 대해서도 적절히 말을 돌리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이경원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말이 중국어로 통역되어 기자회견장에 울려퍼지자 많은 중국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 복식에 있어 중국의 텃세는 결승전 보다는 준결승에서 심각했다. 결승전의 경우 중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서기에 주심, 부심, 라인심이 중국인으로 채워질 수가 없는 까닭에 조금 더 편히 경기 할 수 있었지만 준결승은 달랐다.

지난 13일 일본의 마에다-스에츠나 조와 준결승에서 만난 이경원-이효정조는 중국 심판으로부터 무려 7개의 '서비스 폴트'를 지적받았다. 한 경기에 하나쯤 선언될까 말까 한 드문 반칙.

이경원-이효정조가 승리해 결승에 진출할 경우 중국 선수들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어이없는 텃세였다.

pari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