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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형님’ 최시중 ‘KBS 사장교체 작업 총지휘’ 시인발언 파문

강산21 2008. 8. 8. 16:39
 
‘MB 형님’ 최시중 ‘KBS 사장교체 작업 총지휘’ 시인발언 파문
8일 오전 KBS 이사회 앞두고 긴장감 고조
입력 :2008-08-08 08:45:00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방송통신위원회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제거 시나리오’에 의거해,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발맞추기 위한 해임제청안 처리를 눈앞에 둔 가운데, 야당이 이같은 ‘언론장악 음모’의 총사령탑으로 꼽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KBS의 편향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후임 사장과 관련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결정하느냐”고 말해 사실상 KBS사장 교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방통위 집무실에서 항의차 방문한 민주당 언론장악저지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소속 의원들을 만나 “KBS가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국민의 인식이 그렇다”며 “KBS의 경우 정권 교체가 될 때마다 항상 문제가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KBS를 공정하고 정상적인 위치로 돌려놓겠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정권의 홍위병으로 동원된 것을 인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감사원이 ‘경영 악화’ ‘인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사실은 KBS 프로그램 내용에 불만을 품고 사장을 바꾸려고 하는 의도라는 것을 최 위원장이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사장을 바꾸는 일은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하자 민주당 측이 “정연주 사장은 예외냐”고 물었고, 이에 최 위원장은 “예”라고 답했다가 금방 “아니오”라고 부인하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발표가 나자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등은 “정치적 중립을 철저하게 지키며 정부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이 이명박 정권의 홍위병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또한 방송 내용의 편향은 애초 감사대상도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KBS 감사결과에서 정 사장의 해임 요구 근거로 경영부실과 인사권 남용 등을 내세웠으나 방송 내용의 편향은 감사 항목에도 올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또 “후임 사장에 김인규가 된다, EBS는 이재웅이 된다(고 하는데),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결정하느냐”고 말했다.

김재균 민주당 의원이 “정연주 사장을 강제 퇴출시킨 뒤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전략팀장 출신인)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앉히고, EBS 사장으로 이재웅 전 한나라당 의원을 임명할 것이라는 자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는 최 위원장 자신이 KBS 편향을 이유로 내세워 사장 교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으로 파문이 예상된다. 이같은 발언에 현장에 있던 천정배 의원이 “사장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나 보다”고 꼬집기도 했다.

천 의원은 방문 뒤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위원장 본인이 정권의 실세로서 방송장악음모의 최일선에서 총지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은혜 민주당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해서도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실제로 개입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스스로 방송 장악의 총지휘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방송사 사장을 자신들 맘대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이명박 정권의 위험한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간 시민단체와 야당이 누차 지적해온 “대통령의 형님 격인 분이 방통위원장에 있으면 ‘빅 브라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날 것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