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 '공천장사' 논란, 한나라당 공천비리로 확산 조짐
[CBS사회부 이재웅/심훈 기자]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74.구속)의 거액 금품수수 사건과 관련, 30여억원을 제공한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한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14번을 약속받았다는 진술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대학동창이자, 그를 김옥희씨 등에게 소개한 서울시의원 이모 씨는 3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옥희 씨 측과 김 이사장이 모두 한나라당 공천 발표 날까지도 김 이사장이 노인회 몫으로 비례 대표 14번을 받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 김옥희, 시의원에도 '공천장사' 시도하지만 김 이사장의 공천은 불발에 그쳤다. 이 씨는 이와 관련, "공천이 성사되지 않은 뒤 김종원 씨가 '이미 준 돈은 어떡하느냐'며 걱정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30억원 이상이 건너간 이상 김종원 씨는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이같은 진술은 이번 '공천사기' 사건이 단순 사기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한나라당 측과 아무런 접촉이 없이, 비례대표 14번이란 구체적인 약속이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돈을 건넨 쪽 뿐 아니라 돈을 받은 쪽까지 공천이 실제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 점도, 김옥희 씨가 공천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김옥희씨와 브로커 김모 씨가 김 이사장을 상대로 공천 장사를 시도하기 앞서 현 서울시의원 이모 씨에게도 공천을 제안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씨는 CBS와의 통화에서 "(김옥희 씨의 공천제안 당시)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얘기는 없었지만, 공천헌금이 상당히 들 것으로 예상돼 공천 제의를 거절했다"며 "자금이 없어 아쉽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이 ‘그러면 나를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해 김 이사장을 김옥희 씨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를 통해 김옥희 씨 등이 김 이사장에게 접근하기 전인 지난 1월, 브로커 김모 씨의 대학동창인 서울시 의원 이모 씨를 먼저 만나 대한노인회 몫의 비례대표로 출마할 의향이 있는 지 타진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검찰은 김 씨가 받은 30여억원의 흐름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 씨가 지난 2월과 3월 사이에 받은 돈 가운데 25억 원이 한동안 김 씨 등의 계좌에 입금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돈이 로비에 사용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돈이 다른 데로 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반환되지 않은 나머지 5억여원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돈의 용처를 캐고 있다.
◈ 검찰, 로비자금 의혹 용처 수사…한나라 "그런 일 없다" 해명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인지해 검찰에 자료를 넘겨주면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지난 6월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르면 4~5월 쯤 관련 비리에 대한 첩보가 접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배경과 관련, 거액을 제공하고도 공천에서 탈락한 김 이사장이 주변에 부주의하게 말을 옮겼거나, 돌려받지 못한 5억원을 둘러싼 잡음이 새어나온 것 아니냐는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커지는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이번 총선 때 김 이사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추천을 받은 일이 없고, 이전에도 노인회 몫으로 후보를 추천받은 사례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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